하이닉스반도체의 이사회 구성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 사령탑이 어떤 진용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하이닉스호(號)의 진로에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폭'과 '수위'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19일 채권단과 하이닉스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다음달 2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이사 선임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방안을 확정짓고 이를 같은달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공식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새 이사회는 이사 수를 기존 10명에서 7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축소하고 대표이사(CEO)를 포함한 이사 대부분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27∼29일까지는 대표이사(CEO) 거취여부를 포함한 신임이사 인선작업이 매듭지어져야 하지만 정작 이사후보 추천에 나서야할 채권단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 형국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식으로 경영진을 포함한 이사진을 대폭 물갈이, 새 각오로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적임자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있는 것. 사안 자체가 불확실성이 큰 탓에 선뜻 이사로 자리를 옮기려는 인사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렇다고 기존 이사진 대다수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은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는 명분과 맞지 않는 점이 고민거리다. 이사회 구성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하이닉스호의 선장이 바뀔지 여부. 물갈이 효과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CEO 교체는 일차적으로 거론돼 왔지만 이 역시 인재 풀(Pool)이 부족한데다 갈수록 악화되는 하이닉스 대내외 여건상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하이닉스 CEO는 구조조정 특성상 ▲반도체산업 이해와 경험 ▲노조 등 회사내부를 설득하는 리더십과 신망이 필요하고 여기에 채권단의 '특명'에 따라 매각까지 추진하는 협상능력 등 삼박자를 두루 갖춰야하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결정사항을 그대로 집행하는 기존 '꼭두각시'형으로는 반도체기업 특성상 재매각은 물론 회사운영 자체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EO 영입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간에 하이닉스 정상화의 전제인 채무재조정 등 기본적인 생존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 채권단이 반도체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모 대학교수나 주채권은행 고위직 인사 등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들이 이같은 이유로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현 CEO로 반도체 운영과 영업능력을 갖춘 박상호 사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세를 얻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재기용은 쇄신효과를 보기 어려운데다 마이크론 매각에 반대표를 던진 `전력'을 지적하는 시각도 채권단 내부에 있다. 일부에서는 박 사장을 반도체 운영에만 전념시키고 나머지 회사전반 관리와 매각을 전담하는 CEO를 별도로 두는 `공동 대표이사'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CEO 외에 나머지 이사교체도 그리 만만치 않다. 사내이사는 박상호 사장과 사내임원 1명, CFO(최고 재무담당임원)로 영입될 주채권은행 출신 간부 등 3명으로 구성될 것이 확실시되지만 문제는 사외이사 4명이다. 채권단이 `낙점'하더라도 현 하이닉스 이사회 멤버 3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동의를 거쳐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4명중 1-2명은 기존 사외이사가 그대로 이사직을 이어받고 나머지는 채권단이 추천하는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당장은 조용하지만 노조나 소액주주 모임의 반응이 이사진 구성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채권단은 당초 호언과는 달리 이사회 구성에 관한 `입지'가 그리 넓지 않고 앞으로 새 경영진을 앞세워 추진할 재매각 추진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내부의 이해갈등이 여전한 상태에서 재매각 추진이 쉽지 않고 정부의 매각추진 태도도 약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도이체뱅크와 모건스탠리 등의 실사결과가 설득력있는 정상화 해법을 제시할 지여부도 미지수다. 또 하이닉스의 핵심자산인 고급인력이 급속히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앞으로 매각의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