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 윌리엄스(20)가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21)의 그늘을 벗어나 여자 테니스계 정상에 우뚝 섰다. 세레나는 9일(이하 한국시간) 2002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총상금 1천107만달러)결승에서 비너스를 제치고 우승트로피를 차지해 지난해 언니에게 당한 0-2의 완패를똑같이 되갚았다. 한 살 아래인 세레나는 지난 95년 언니보다 1년 늦게 프로에 입문해 그동안 비너스의 유명세에 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 '99년 US오픈 우승컵을 차지할 때만해도 당시 그랜드슬램 무관이던 언니 비너스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 사정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비너스는 잇따라 세레나와 맞서 완승을 거뒀고 지난 2000년과 2001년 윔블던대회와 US오픈을 모두 휩쓸면서 승승장구했다. 반면 세레나는 99년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수 차례세계랭킹 1위를 넘나들었던 언니에 비해 3위에 올랐던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3년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올라선 세레나는 98년 호주오픈 패배 이후 3차례의 그랜드슬램대회에서 모두 비너스와 맞붙어쓴잔을 마셔야 했던 설움도 이날 함께 날려버렸다. 비너스와의 통산전적에서도 3승 5패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세레나는 10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도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물리친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를 제치고비너스(1위)에 이어 생애 처음 2위 자리에 올라설 전망이어서 언니와 본격적인 랭킹톱 다툼에도 나서게 됐다. 경기장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일대 격전을 치르는 이들이지만 일단 코트 밖을 벗어나면 누구 못지 않은 우의를 자랑한다. 이번 프랑스오픈 결승에 앞서서도 서로 "내가 이기고 싶기도 하고 언니(또는 동생)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싶기도 하다"고 말해 자매의 정을 나타냈고 세레나가 자신을 누르고 승리를 하자 가장 기뻐한 것도 언니 비너스였다. 비너스-세레나 자매의 부모 리처드-오라신 부부는 세레나가 언니만큼이나 실력이 급성장하면서 '비가 오면 큰딸 걱정, 해가 뜨면 작은딸 걱정'이라는 고민 아닌고민에 빠져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