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장악하라.' 9일 오후 8시30분 일본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일본과 러시아의 대결은 그라운드 위의 '러·일전쟁'으로 예선리그 빅카드중 하나. 약체 튀니지를 꺾고 1승을 챙긴 러시아나 껄끄러운 벨기에와 비겨 월드컵사상 첫 승점을 확보한 일본이나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두 팀 모두 총력전이 불가피한 것은 튀니지의 열세를 전제로 벨기에까지 3팀이 서로 물고 물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은 러시아의 우세로 점쳐진다. 러시아는 일본과의 세차례 A매치에서 전승을 거뒀고 월드컵 본선 경험(9회)도 일본(2회)과 비교할 수 없다. 여기에 튀니지전에서 결장했던 미드필드의 핵 알렉산드르 모스토보이와 주전 수비수 알렉세이 스메르틴이 전열에 가세해 1차전때보다 전력이 배가됐다는 평가다. 특히 모스토보이의 복귀는 러시아엔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최전방에서 수비까지 넘나들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모스토보이의 멀티플레이가 간판 골잡이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의 킬러본능과 어우러진다면 승부는 의외로 일찍 갈릴수도 있다. 러시아에 맞설 일본은 홈 어드밴티지와 벨기에를 상대로 두 골을 뽑은 파죽지세를 앞세워 승리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노의 왼쪽 날개가 부활해 공격루트에 숨통이 트였고 모리오카 류조를 축으로 나카타 고지와 마쓰다 나오키가 좌우에 버틴 수비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그러나 문제는 공격력. 벨기에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이나모토 준이치가 공격전선까지 치고 들어가 역전골을 작렬시킨 것은 일본의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드러낸 대목이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