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인수를 추진중인 한화그룹이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달말까지 협상이 결론나지 않을 경우 입찰을 포기하겠다"는 컨소시엄의 공식 입장을 밝힘으로써 향후 대생 매각협상 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화그룹의 이같이 강경한 입장은 지난해 10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대생 기업가치 산정기준이 번복되는 등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일방적으로' 정부측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협상일정이 계속 늦춰지면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오릭스가 지난 14일 예금보험공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컨소시엄 파트너사들의 반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그룹에서도 방관만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그룹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측은 지난해 10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 그해 3월말 기준으로 대한생명을 실사, 12월 입찰서를 냈다. 그러나 이후 예보로부터 기업가치 산정기준을 그해 9월말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재실사에 착수, 지난 3월 대생 매각가격에 대해 최종적인 의견을 조율했으나 최근 공자위 산하 매각소위가 또다시 이 기준을 올 3월말로 변경하려 하고 있다는 것. 한화그룹은 이에 대해 "국제 입찰 관행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국내 입찰기업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돼 온 기업가치 기준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 모르지만 명백한 논리적 근거도 없이 산정기준을 번복, 협상일정을 일방적으로 늦추는 것은 국제입찰관행에서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공자위 내부에서 한화그룹의 인수자격 적정성을 또다시 문제삼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도 한화그룹을 `더이상 참을 수 없이' 불쾌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2월 입찰을 포기한 미국 메트라이프가 만약 지금까지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면 가격산정 기준, 인수자격 기준 등을 번복할 수 있었겠는가"라며"대생을 외국사에 팔기 위해 애초부터 한화를 들러리로 세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협상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 구조조정 작업 지연 등도 한화그룹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한 고위관계자는 "대생 인수에 관련해서는 이제 경영진들도 모두 마음을 비운 상태"라며 "그동안 지연된 프로젝트, 시간 및 금전적 손실 등을 생각할 때 더이상 인수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고 (서울=연합뉴스) 이윤영기자 말했다.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