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르헨티나도 경제위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막을 앞두고 훈련캠프를 차린 곳은 후쿠시마현 나라하 소재 J-빌리지. 예전 같으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수다스런' 스페인어와 넘쳐나는 취재진, 현장에서 위성 송출이 가능한 TV중계 장비 등으로 북적거려야 할 아르헨티나의 훈련캠프가 마치 유령도시(?)처럼 썰렁하다. 경제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각 언론사가 이번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아예 취재진을 파견하지 않거나 파견했던 취재진마저 본국으로 소환하는 바람에 빚어지는 풍경이다. '98프랑스월드컵 당시에는 코르도바 지역의 소규모 라디오방송사가 9명의 제작진을 파견하는 등 총 400여명의 취재진이 아르헨티나 대표팀 일거수 일투족을 쫓아다녔다. 그러나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에서 파견되는 취재진은 연인원 3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4년 전에 비해 무려 90% 이상 감소된 것. 아메리카 방송의 구스타보 로페즈씨는 "대표팀 취재를 도맡다시피 하는 우리 방송조차 훈련캠프가 수백km 떨어진 잉글랜드 대표팀 취재는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실정을 토로했다. 6개월 전만 해도 달러화와 1대1로 거래되던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현재 1달러당 3.5페소로 반년 만에 화폐가치가 3분의 1 정도 떨어졌다. 따라서 각 언론사가 6개월 전에 잡아놓았던 예산으로는 실제 취재진 파견 규모는 당초 계획에 비해 3분의 1로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취재진의 썰렁한 분위기는 지난 24일 열린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역력하게 드러났다. 공식 기자회견에 모인 기자들도 일본 취재진이 대부분인 고작 30명이었고 평소한 번 마이크를 잡으면 3시간 가까이 언변을 자랑하던 비엘사 감독도 1시간만에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접었다. 사상 최강의 전력으로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이지만 취재 경쟁에서는 `약체국'으로 전락한 서글픈 분위기다. (요코하마=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