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금속노조를 시작으로 보건의료노조, 택시노조로 이어진 민주노총의 시기집중 연대파업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6일 노동부에 따르면 연대파업 사업장은 보건의료노조 산하 병원 8개와 금속노조 산하 10여개 노조, 공공 및 화섬 연맹 산하 각각 2개 노조, 민주택시연맹 산하인천지부 등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노조 산하 병원의 경우 병원별로 노사협상이 재개돼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인천지역 택시노사도 막바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노동계의 연대파업이 이처럼 조기에 진정 추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의 파업에 대해 국민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조차 정쟁중단을 선언하는 등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몰아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생존권이 걸린 절실한 이유가 없는 이상 파업에 대한 비난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여론이 아예 파업에 대한 무관심으로 흐르고 있는 점도 파업의 힘을 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파업이 대부분 일선 사업장의 현실적인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산별차원의 공동요구조건을 내걸고 진행되면서 사업장 단위의 파업을 지속시킬 명분이 약했던 점도 파업 수위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소위 민주노총 파업의 선봉대격인 자동차, 조선업종 등 대규모 노조가 임단협 교섭이 지연돼 파업에 가세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른바 '간판 기업'이 없어 조합원들의 투쟁열기를 끌어가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 입장에서는 월드컵을 앞둔 '연대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일선 사업장 단위에서 사용자측을 협상에 끌어내는데 성공, 산별교섭 쟁취 등 적지않은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이번주초를 고비로 급격히 수그러들어 중반까지는 상당수 파업 사업장들이 임단협을 타결짓거나 파업을 종료, 월드컵 개최 기간에는 현안이 걸려있는 일부 사업장이 설사 파업을 지속하더라도 규모나 수위 등이 산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노조의 경우 미타결 사업장이 8개로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차수련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물론 지부 노조 집행부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데다 현재 병원별로 막판 협상이 재개돼 조만간 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금속노조의 경우 27, 28일 부분파업을 지속하고 미타결 사업장을 중심으로 오는 29, 30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조조정과 노동탄압 등 현안이 걸려있는 장기분규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이후 2차 시기집중 연대파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직장의보 노조는 이미 파업중인 사회보험노조와 연계해 27일 파업돌입을 선언한 상태이며 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는 27일 쟁의조정신청을 내기로 하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으며, 부산교통공단과 데이콤 노조 3개 지부 등도 28일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의 노사 모두 월드컵을 앞둔 파업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어 막바지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당수 사업장에서 노사가 적극 교섭에 나서고 있어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은 하루 이틀내에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라며 "일부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고질적인 사업장의 경우 월드컵 기간에도 파업이 지속될 가능성은 있지만 파급력등 여론의 주목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