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ㆍ안성기씨가 전세계 영화인들이 꿈꾸는 칸영화제의 상징 '레드 카펫'을 밟았다. 칸 경쟁부문 상영작 가운데 마지막으로 「취화선」의 공식 시사회가 열린 25일(현지시간) 오후 10시 뤼미에르 극장 안팎은 '축제' 분위기였다. 턱시도와 나비 넥타이를 차려입은 남성들과 화려한 드레스로 한껏 치장한 여성관객들이 차례로 입장하자 곧이어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내외, 최민식ㆍ안성기씨 등이 취재진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포토 라인 앞에 섰다. 길 양옆을 가득 메운 수백여 명의 시민들은 일년에 한 번 펼쳐지는 구경거리를 놓칠세라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동양에서 찾아온 영화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영화관계자 및 기자, 일반 관객 등 2천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시사회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조선시대 말 격변기를 살다간 천재 화가 장승업의 섬세하고 유려한 붓놀림과 그의 예술혼, 여백미가 가득한 동양화와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은 빼어난 영상미는 1시간 59분에 이르는 상영시간 동안 서양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은 10여분 간에 걸쳐 기립박수와 함께 '브라보'를 외쳤고 칸을 처음 찾은 최민식은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흔들어 뜨거운 환대에 답했다. 프랑스 파라다이스 필름의 질 시몽씨는 "2년 전 칸에서 보았던 「춘향뎐」보다 훨씬 웅장하고 이해하기 쉬웠다"면서 "특히 한국의 전통 의상 등 영상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리베라시옹의 한 기자는 "아름답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으며,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자크 귀그노씨는 "한국의 산하 풍경이 영화에 그대로 담겨 있다"며 "영화 속 그림들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또 영화조감독 토머스 게야라씨는 "편집이 전형적인 양식을 벗어나 매우 역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 시사회에 앞서 24일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도 지적됐듯이 19세기 말한국 사회의 시대적 배경과 철학적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는 이를 의식한 듯 국내 개봉본보다 2분 30초 가량 잘라내 재편집한 인터내셔널 버전을 상영했다. 「취화선」의 수상 여부는 26일 폐막식(현지시간)과 함께 발표된다. (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