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락했다. 종합지수는 850선을 내놓았고 코스닥지수는 2.44% 하락했다. 최근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프로그램 매도를 견디지 못하고 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지수선물을 대량 매도하면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을 불러냈고 수급악화를 초래했다. 또 거듭되는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GDP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고 수요일 뉴욕증시 반등도 빛이 바랬다. 시장은 당분간 제한된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분위기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추세와 저가 매수심리를 감안할 때 급락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해외 경기, 테러가능성, D램 가격 하락 등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활발하게 대안을 찾아 떠도는 순환매에 대한 길목지키기와 가격위주의 종목별 접근전략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또 수급을 좌우할 주가지수선물 움직임과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 '꼬리'가 '몸통'을 좌우하는 장세는 다소 연장될 공산이 크다. ◆ 박스권 내 변동성 심화, PR매매 주시 =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7.55포인트, 2.03% 떨어진 845.51에 거래를 마쳐 다시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코스닥지수는 75.53으로 1.89포인트, 2.44% 하락했다. 개인이 활발하게 거래에 참여하고 초저가주로 순환매성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거래가 급증했다. 거래소는 9억4,702만주, 3조4,027억원 어치가 손을 옮겼고 코스닥은 4억4,529만주, 1조5,592억원이 거래됐다. 지수는 급락했지만 상한가 종목이 크게 증가했다. 거래소 52개, 코스닥 22개 종목이 가격제한폭을 채워 업종대표주 위주의 지수 하락과 종목별 반등 시도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코스닥 비금속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이 동반 하락했고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환율하락 악재를 안은 수출관련주의 골이 깊었다. 은행, 인터넷 등 전날 급등을 이끈 업종도 차익매물에 버티지 못했다. 지수관련주는 삼성전자가 2.7% 하락한 것을 비롯, 현대차, 삼성SDI, 국민은행, 강원랜드, 휴맥스, LG텔레콤 등이 대부분 큰 폭 내렸다. SK텔레콤, 국민카드, CJ39쇼핑 정도가 오름세를 보였다. 하이닉스, 아남반도체, 주성엔지니어, 케이씨텍, 신성이엔지 등 반도체 관련주는 D램 가격 약세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하락 영향으로 대부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는 7월부터 금융권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으로 한네트, 한들시스템, 나이스 등 수혜 예상주가 급등했다. 오는 6월부터 시행 예정인 온라인게임 및 모바일게임에 대한 사전등급분류 심의제도를 앞두고 엔씨소프트, 액토즈소프트, 한빛소프트 등 게임업종이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초저가주 강세도 두드러졌다. 주가가 1,500원 이하인 모토조이, 우성식품, 한국합섬 등이 대량 거래 속에 상한선을 내딛었다. 미도파와 쌍방울은 각각 매각을 재료로 가격제한폭을 꽉 채웠다. 투자주체별로는 개인이 지수방어에 주력했다. 개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921억원, 15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거래소에서 778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 156억원을 처분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5억원을 순매도하고 코스닥에서는 70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주가지수선물을 7,000계약 이상 처분하며 프로그램 매물을 유도했다. 프로그램 매도는 4,269억원 출회되며 지수관련주를 끌어내렸다. 프로그램 매수는 952억원 유입되는 데 그쳤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지수선물을 대규모로 매도함에 따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프로그램 장세가 이어지면서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투자할 것이냐, 아니면 관망할 것이냐를 결정할 시기"라며 "어느 쪽이든 프로그램 매매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