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회계방식 변경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3일 기업들이 스톡옵션을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견해를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 실적보고서상의 스톡옵션 처리 방식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FRB)이 주관한 금융시장 관련 회의에서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하지 않으면 기업실적보고에 심각한 왜곡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이 스톡옵션의 비용처리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여러해째 이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고 최근 몇개월새 3차례나 스톡옵션의 회계처리방식 변경을 추진했었다. 이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물론 하비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폴 오닐 재무장관 등과 의견충돌이 빚어지고 대부분의 기업체 중역들로부터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미국의 현 회계규정은 스톡옵션의 가치를 해당기업의 재무보고서에 주석으로만표기해놓아도 무방하도록 돼 있다. 이를 근거로 기업들로서는 보고서상의 실적이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스톡옵션의 회계처리방식이 어떻게 바뀌든 기업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편입된 30개 종목 가운데 2001회계연도 실적보고서에 스톡옵션의 가치를 계상한 곳은 보잉사 뿐이다. 만약 모든 종목이그렇게 한다면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보고서상의 실적보다 9.5%나 줄어들게 된다.이스트만 코닥과 휴렛 팩커드는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그린스펀 의장은 "스톡옵션 비용처리가 외견상으로는 회계상의 사소한 문제인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업실적을 정확히 알려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톡옵션은 비용이 아니라는 주장은 가치 창출에 기여한 실제 요소가공짜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설혹 스톡옵션의 비용처리에 따른 실적감소로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비용처리가 장부상의 거래일 뿐, 실제 기업의 현금흐름이 바뀌는 게 아니므로" 투자자들도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그린스펀 의장과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는 오닐 재무장관은스톡옵션에 대한 "공시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비용처리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알코아사 회장과 코닥,루슨트 등의 이사를 역임한 오닐 장관은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한 후 주가가 안올라 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기업이 인위적으로실적을 부풀리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미시간)과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애리조나)은 비용으로 처리된 스톡옵션에 대해 감세혜택을 주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상정했다. (시아일랜드(美조지아주) 블룸버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