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kim@hanmiparsons.com 조정제도(調停制度)란 민사조정법에 근거해 민사소송사건 중 비교적 소액사건인 경우 판사의 판단에 의해 최종판결로 가지 않고 조정심판부에서 조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제도다.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정위원이 사건당 2∼3명씩 위촉돼 피고와 원고,그리고 각측의 변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쌍방을 적정한 선에서 타협,화해시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사건을 종결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통상 사건당 1시간 정도의 조정시간이 할애되는데,쌍방 감정의 골이 이미 깊어진 상태에서 짧은 시간내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성의와 책임감을 갖고 조정에 임하다 보면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50% 정도가 조정에 성공한다. 필자는 사회봉사활동 차원에서 건설분야 조정위원을 7년째 맡아 오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건설 생산시스템이 안고 있는 또 다른 일면을 접할 수 있음은 물론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건설분야의 조정 대상 사건들은 대개 각종 이해관계나 문제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분쟁의 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시공업체가 싼 금액으로 계약한 후 공사 중 여러 이유를 들어 추가 공사비를 요구해 건축주의 승인을 받았으나 품질상의 문제나 하자 등으로 인해 건축주가 공사대금지급을 거절함으로써 소송으로 발전한 경우다. 두번째는 건축주가 당초 합의된 계약내용 이외의 추가공사를 요구하거나 엉뚱한 트집을 잡고 공사대금을 주지 않아 야기되는 것들이다. 이들 분쟁의 대부분은 불명확하고 공정치 못한 계약서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계약이란 엄연한 법적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일방에 의해 너무 쉽게 왜곡되거나 무시된다는 점에서 전문가 집단의 '프로페셔널리즘' 부족과 상식을 일탈한 건설관련주체들로 인해 황폐화되다시피 한 우리 계약문화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사례라 할 것이다. 선진사회란 법이 지켜지고,계약문화가 준수되며,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규정할 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선진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의식개혁이나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도 중요하지만,법이나 제도를 지키지 않고서는 사회활동 자체가 힘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다. 현행 법이나 제도 등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을 통해 적용성은 물론 집행의 엄정성 또한 확보해야 한다. 법이 법으로서 권위를 찾는 일은 선진사회를 위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