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는 빠른 속도로 세계 기축통화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14일 내다봤다. 이들은 스페인 북부도시 오비에도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식경제.재무장관 세미나에 동석해 유로가 출범 후 4개월여만에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석유수급 문제를 실무 책임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자바드 야르야니 석유부 국장은 "유로가 과연 달러의 위상에 도전할 수 있느냐"라면서 "달러가 독점하고 있는 세계 석유시장에서 유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규모로 볼 때 언젠가는 유로가 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유로권이 달러권에 비해 재정 적자율이 높지 않다는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로권이 미국에 비해 절대적인 석유 수입이 많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석유 수입국이면서 동시에 대량 생산국이라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석유 거래가 주로 달러로 이뤄지는 것도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달러 위주의 세계 석유시장 구조가 "단기간에 깨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바클레이뱅크의 피터 미들턴 총재는 "소매시장의 경우 유로화 영향이 아직은 미미하나 도매시장은 경우가 다르다"면서 "여기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의 전환도 놀랍다"면서 "지난 99년 (금융권에서) 유로 거래가 시작된 후 과거 5년간의 거래 이동에 비해 무려 5배나 변화가 생겼다"고지적했다. 미들턴 총재는 "특히 유럽 채권시장의 변화가 엄청나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빔 두이젠베르그 총재는 유로가 현재 세계 2위 기축통화 위상을 굳혔다면서 정부 외환보유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는약 3분의 2, 엔의 경우 그 비율이 5%라고 설명했다. 두이젠베르그 총재는 "유로권 국가도 여전히 다량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이것이 유로권의 아이러니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보유 외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전환하는데 큰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국과 파키스탄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러나 ECB가 유로 역외의 통화시장에 개입할 의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관계자는 "중국의 대(對) 유로권 무역이 지난해 13% 증가해 980억달러 상당에 달했다"면서 "중국이 유로 보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가 중국 보유외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번째"라면서 "지난 3월말 현재 전체 외환보유가 2천270억달러 상당"이라고 집계했다. (오비에도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