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은 9일 휴렛 패커드 주주총회가 휴렛 패커드와 컴팩간 합병을 근소한 표차로 승인하는 과정에 편법이 작용했다는휴렛가(家)의 주장을 심리키로 결정함으로써 공동 창업 가문의 합병저지 노력에 일말의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윌리엄 챈들러 판사는 휴렛 패커드 경영진이 주주총회에서합병 승인을 얻기 위해 대주주 은행에 불법적인 압력을 가하는 한편 엉터리 정보도흘렸다며 제기한 월터 휴렛의 소송을 심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첫 심리일은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간)로 잡혔다. 법원 결정에 대해 휴렛 패커드 사측 변호인은 "챈들러 판사의 조치를 수용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재판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 창업자의 아들인 월터 휴렛은 소장에서 "주주총회의 합병 승인이 20억주가운데 불과 1%포인트도 채 못되는 근소한 표차로 이뤄진 것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라면서 표결에 앞서 상당 지분을 가진 도이체방크가 "휴렛 패커드 경영진의 압력에밀려 방침을 바꾸는 바람에 합병이 승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렛 패커드 경영진이 향후 비즈니스 지속을 빌미로 대주주의 하나인 도이체방크에 압력을 가해 투표 직전에 이들이 합병 지지 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는 것이 월터 휴렛의 주장이다. 법정은 월터 휴렛이 이런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챈들러 판사는 이어 "월터 휴렛의 주장대로 휴렛 패커드 경영진이 합병 승인을 유도하기 위해 주총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면 문제"라면서 "이 건도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은 주총의 표결을 독립적인 기관이 재검표중인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한편 휴렛 패커드 주식은 9일 뉴욕증시 오전장에 전날보다 56센트(3% 이상) 뛴17.68달러에 거래됐다. (새너제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