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기의 한국과 추락기의 일본' 최근 한국과 일본 바둑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다. 한국이 세계바둑 정상에 등극한 지는 벌써 10여년이 됐지만 최근 들어선 그 철옹성이 더욱 공고해지는 느낌이다. 이에 비해 근대바둑의 종주국을 자처해 온 일본의 침몰은 바닥을 모를 정도다. 한국은 지난 22,23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국가대항전인 제1회 바둑아시아컵에서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으며 퍼펙트 우승을 차지,다시 한번 단체전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박영훈 등 정예 멤버로 구성된 한국팀은 22일 주최국 일본에 5 대 0,완봉패의 치욕을 안겨 주며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이어 벌어진 결승에서도 한국팀은 대만에 역시 5 대 0의 완승을 거뒀다. 이틀 연속 벌어진 10번의 대국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는 진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일본은 모처럼 안방에서 치러진 국제대회에서 최근의 부진 탈출을 시도했지만 첫날 한국에 제대로 힘 한번 못쓰고 주저앉은 데 이어 이튿날 중국과의 3,4위전에서도 1 대 4로 맥 없이 패퇴,주최국의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일본은 간판 스타급인 요다 노리모토 9단을 비롯 관록의 오다케 히데오 9단,천원 타이틀 보유자인 하네 나오키 8단 등 비교적 중량감 있는 기사들로 팀을 구성해 권토중래를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이같은 일본 바둑의 침몰에 대해 바둑계에서는 "일본의 경우 젊고 패기 있는 신예들로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데다 바둑 열기가 높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바둑에 무관심한 젊은층이 늘고 있는 것도 추락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