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가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을 계기로 본격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 출범후 1년이상 중단된 북미대화도 물꼬가 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미대화는 지난해 1월 부시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 강경입장이 잇따라 제시되면서 중단된 상태. 부시 행정부 출범후 "언제 어디에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는 미국의 입장과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는 북한의 요구가 맞서면서 북미간에는지난해 1월 이후대화재개의 시기를 점칠 수 없는 신경전만이 펼쳐졌다. 물론 뉴욕채널을 통한 접촉은 양측의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언급한 이후에는 완전 중단됐었다. 그러던 북미관계가 최근 미국의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 대사와 박길연(朴吉淵) 유엔주재 북한대사간 직접 접촉이 1주일새 두차례나 이뤄질 정도로 다시 변화의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프리처드-박길연 두 사람의 만남은 지금까지 대개 그 밑선에서 이뤄지던 뉴욕접촉의 격을 높였고, 이례적으로 지난 13일에 이어 20일 잇따라 만남이 이뤄졌다는 점이 색다르다. 특히 북한은 `악의 축' 언급 이후 첫 만남인 지난 13일 접촉에서 강도높은 대미비난의 목소리를 낸 것과는 달리 불과 1주일 뒤인 지난 20일 두번째 접촉에서는 그전까지와 다른 분위기와 태도로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박길연 대사 본인의 의지보다는 평양의 분위기와 연결된 것이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만남의 빈도가 잦아지고 대미비난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은북한이 대화에 전향적이라는 의사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간 대화재개 가능성은 최근 임 특보의 방북 수용과 북일 적십자회담 재개등 한국, 일본을 향해 북한이 보내고 있는 일련의 대화제스처와도 무관치 않은게 사실이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오랜 고민끝에 대외정책의 무게를 `대화'로전환키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도 "한.미.일과 모든 국면에서 대화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남북이 앞서고 북일, 북미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태도변화가 미국의 가중되는 대북압력을 일단 모면하기 위한 `선남후미'(先南後美)의 전술적 변화라는 시각도 있어 내달 3일로 예정된 임 특보의 방북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