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거의 2년만에 900선을 돌파했다. 최근의 수급 장세가 이어졌다. 기관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매수세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결산을 앞둔 종가관리성 매수세도 유입됐다. 외국인은 닷새만에 매수우위로 전환, 투자심리 개선을 도왔다. 27일 종합주가지수가 네 차례의 도전 끝에 900선을 넘어섬에 따라 상반기중 별다른 조정없이 1,000을 돌파하고 사상 최고점 경신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지만 급등에 따른 부담, 대량의 매수차익잔고, 통화정책의 선회 가능성, 불안정한 뉴욕증시 등을 감안할 때 900선 안착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치열한 수익률 게임을 펼치고 있는 '한경 스타워즈' 참가자들은 종합지수 900선 안착과 1,000 돌파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관화 장세의 지속, 수출 등 펀더멘털 개선, 구조조정 가속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 기관화 장세, 어디까지 = 최근 장세 주도권을 장악한 기관 매수세의 힘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에 있다. 지난 99년 대세상승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한 자금유입으로 기관의 '실탄'이 넉넉한 상황이다. 지난 25일 기준 주식형 수익증권 유입액은 한달 전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났다. 이 같은 풍부한 유동성에 더해 3월 말 결산을 앞둔 증권, 보험사들이 '윈도우 드레싱' 성격이 짙은 매수 주문을 넣으며 지수를 밀어올렸다.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거침없는 상승 추세를 이어감에 따라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관이 결산을 마친 이후에도 매수주체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관 매수세는 대부분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 26일 현재 매수차익잔고는 9,221억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유입된 차익거래를 감안하면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류한묵 차장은 "증시가 상승탄력을 유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수급의 힘이 언젠가는 청산되어야 할 프로그램 매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4월물 옵션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 모멘텀을 기다린다 = 누적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종합지수 900선 돌파 이후의 상승 모멘텀은 펀더멘털에서 찾아야한다는 생각이다.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으나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관 매수만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의 나민호 팀장은 "내수과열론 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본격적인 수출 회복 신호가 나올 경우 900선 안착과 함께 수출비중이 높은 종목이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그러나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한 98억6,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일까지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던 수출이 감소세로 복귀한 것. 25일 기준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 지난해 5월 이후 25일 집계상으로 처음 흑자를 보였다. 전달까지 수출은 12개월째 감소세를 잇고 있다. 이달중 수출은 지난 1월에 이어 한자릿 수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음달중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수출 회복에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 ◆ 삼성전자를 보자 =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의 힘을 '무기'로 한 수급장세에서 경기회복을 받은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조정을 거칠 것인지, 아니면 파죽지세의 오름세로 바통을 넘길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선임운용역은 삼성전자의 움직임에서 증시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장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의 돌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오는 29일부터 매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증시에 알려진 수치 이상의 1/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펀더멘털과 수급 개선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실적과 직결되는 D램 가격 약세가 추가 상승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대형 PC업체와의 고정거래가격 인상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기를 맞은 D램 가격이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는 점이 반영됐다. 삼성투신 임 운용역은 "삼성전자 개별 기업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D램 가격 하락, 외국인의 비중 축소 등의 악재와 실적호조라는 호재가 어떻게 반영될 지에 따라 시장의 희비도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