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속을 넘나드는 기행과 달마그림으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걸레스님" 중광(重光) 화백이 9일 오후 11시 20분 지병으로 타계했다. 세수67세,법랍 41세. 26세에 양산 통도사에서 출가했던 그는 한 때 조계종 종회의원을 맡기도 했으나 자신의 제사를 지내는 등의 기행으로 79년 10월 파문됐다. 그러나 선화(禪畵)의 영역에서 파격적 필치로 명성을 얻었고 국내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지난 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에 참석해 "나는 걸레"라는 자작시를 낭송한 후 "걸레스님"으로 불렸다. 79년 미국 버클리대 랭커스터 교수가 펴낸 책 "광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시인 천상병,소설가 이외수 등 기인에 가까운 예인들과도 널리 교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그림은 뉴욕의 록펠러재단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대영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스님은 막걸리통에 소주를 담아 벌컥벌컥 마시는 등 과도한 음주와 줄담배로 5년여전부터 건강을 잃었다. 건강이 나빠지자 98년 강원도 백담사로 들어가 선수행에 열중했다. 그는 백담사의 오현(五鉉) 스님으로부터 "바위처럼 벙어리가 되라"는 뜻의 "농암"(聾庵)이라는 법호를 받기도 했다. "허튼 소리 하지 마라"는 뜻에서다. 2000년에는 곤지암에 너와지붕을 얹은 토막집 "벙어리 절간"을 짓고 들어앉아 달마그림에 몰두했으나 조울증에 시달려 왔다. 그는 "미친 스님"이라는 비난과 함께 스스로 걸레가 되어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된 세상의 더러움을 닦아낸다는 칭송을 함께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괜히 왔다 간다"를 주제로 그린 달마그림 40여점을 들고 "중광 달마전"을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열었다. 13일 오전 5시 서울 중앙병원(3010-2295)에서 발인한다. 같은날 양산 통도사에서 다비식도 치러진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