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성 <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 이제 봄이다. 아마 결혼 적령기 즈음에 있는 청춘들은 올 봄에 신분변동을 꿈꾸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이성을 만나 결혼으로 결실을 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 첫번째 산은 막연하든 구체적이든 조건일 것이다. 그 조건이 충족되어야 대개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된다. 그 다음은 젊은이들 용어로 '필(feel)'이 와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 뭔가 결정적인 것이 있어야만 결혼으로 이어진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자는데 난데없이 결혼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결혼이야말로 '고객감동'이라기 보다는 '고객충성' 차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조건이 맞고 느낌도 좋다고 해서 무조건 결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기업을 판단하기에 이모조모 따져봐도 괜찮고, 가보니 서비스도 좋다고 해서 무조건 그 기업의 단골고객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선택이 포기를 동반해야 할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뭔가 정말 결정적인 것이 있어야 잊지 못해 다시 찾고 오지 말라고 해도 가고,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며 심지어 다른 이의 손목을 끌고 그 기업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기업들은 그 뭔가를 알고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가? 기업에서 개인고객화(personalization) 또는 고객관계관리(CRM)를 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뭔가'를 알고자 하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만약 제대로 고객관계관리를 할 수 있다면, 반복구매를 하며 관련된 상품도 구매(related sales)하고 다른 이에게 권유(referral)를 서슴지 않고 하며 스스로 단골이 되어 다시 찾는(retention)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다. 이른바 '3R'이 기업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감동(만족)과 수익 사이에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객충성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기업에서 수년간 고객만족 경영활동을 추진하면서 늘 고민했던 부분이 고객만족도를 1점 올리면 기업의 수익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객만족과 수익 사이에 고객충성이란 개념을 집어넣으면 그런 설명이 보다 명쾌해진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서비스 분야 여러 교수들이 함께 연구해 발표한 서비스수익모델(service profit chain)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수익의 원천은 고객충성도이며, 고객충성도의 원천은 고객만족도이고, 고객만족도의 원천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에 있으며, 그 서비스의 가치는 기업 내부의 운영전략과 서비스 전달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진정으로 기업이 수익을 내고 또 앞으로도 더 많은 수익을 계속 내고 싶으면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의 느낌(필) 차원에서 고객충성이라는 행동(액션) 차원으로 경영의 초점을 상향 조정하여야 할 것이다. 사랑하지만 결혼하지는 않겠다는 말보다는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말이 보다 결과지향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감동을 받았다는 말보다는 고객이 충성도가 높아서 그로 인해 기업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는 말이 의미가 크다. 그리하여 고객감동이 단막극이라면 고객충성은 일정 기간 계속되는 연속극이다. 또 고객감동이 단 한나의 히트곡을 낸 가수라면 고객충성은 히트곡을 연속으로 내는 가수와 같다. 시간이 흘러도 흔들리지 않는 주가를 유지하는 기업들의 특성 중의 하나가 연속적인 혁신(successive innovation)을 하는 기업들이라고 한다. 고객감동이 고객충성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런 연속적인 혁신이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야 하고 그것을 고객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충성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업이 고객에게 끊임없이 어떤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 신호는 다섯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고객님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identification). 둘째,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이런 것을 좋아하셨죠?(interaction). 셋째, 다른 곳과 우리는 이렇게 다르게 살펴 드립니다. 아시죠?(differentiation). 넷째, 고객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tracking). 다섯째, 고객님이 찾고 계신게 바로 이거죠(customization)? 이런 과정을 지나게 되면 고객은 그 기업을 떠나지 않으며 그야말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충성고객이 된다. 앞으로 기업 최고의 자랑거리는 충성고객의 양과 질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