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명동'이라는 고급상가 왕푸징(王府井)에 들렀다. 길 한편에 시민들이 몰려 있었다. 몇겹 인파를 헤집고 나가보니 패션쇼가 열리고 있었다. 전통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 구경꾼에게 무슨 옷이냐고 물었더니 "탕좡(唐裝.당나라시대 의상)도 모르느냐"며 핀잔을 준다. 중국 패션계에 요즘 탕좡이 인기다. 탕좡 옷만 파는 전문상가가 생겼는가 하면, '탕좡 문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기자가 최근 들렀던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창저우(常州) 등의 거리에서도 탕좡을 걸친 중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항저우(杭州)에서는 탕좡 원단용 실크가 바닥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런던과 파리에서도 탕좡이 유행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탕좡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 상하이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이후다. 당시 각국 정상들이 입었던 옷이 탕좡이다. 그들은 목까지 칼라가 올라오는 풍성한 탕좡을 입고 사진기자를 위해 포즈를 취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색 탕좡을 입었었다. 그후 탕좡은 해외화교를 중심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하더니 최근 대륙으로 바람이 불었다. 탕좡을 입는 계층도 젊어지고 있다. 중장년층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현대감각을 곁들인 탕좡을 찾는다. 젊은 여성들은 보디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탕좡을 좋아한다. 유행은 사회상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패션계 전문가들은 탕좡 유행에 대해 "화려했던 당(唐)나라 시대로의 복귀 열망"이라고 설명한다. 유명 디자이너인 쉬리췬씨의 해석이다. "당나라는 618년 건국돼 3백여년간 중국 전역을 지배한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다. 중국인들은 지금의 중국 상황을 당나라 시대와 동일시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올림픽 유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현재 중국이 당나라 못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당나라처럼 강성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탕좡 유행의 사회적 배경이다" 탕좡 유행에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는 중국사회의 일면을 보게 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