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가 무너졌다'' 한국 벤처기업 1세대로 한때 ''벤처 모범''으로 불렸던 메디슨이 자금난에 몰린 끝에 29일 좌초했다. 속속 도래한 어음을 막지못하고 부도를 낸 것이다. 메디슨의 부도는 벤처사업가 대명사였던 이민화 회장(현직은 메디슨이사회 의장)의 몰락을 의미한다. △벤처신화 창조=메디슨은 설립 10년째인 1995년에 이미 매출 1천억원을 돌파했다. KAIST 출신들이 산업화한 초음파진단기가 국내외에서 잘 나갔다. 메디슨은 웬만한 중견기업도 넘기 어려운 증권거래소 상장 문턱을 1996년 1월 가볍게 뛰어 넘었다. 같은해 초음파진단기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던 오스트리아의 크레츠테크닉을 사들였다. 이를 토대로 1997년 세계 처음으로 3차원 초음파진단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휴대용 초음파진단기와 무(無)필름X레이 등 첨단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메디슨은 한창 잘 나가던 시기인 1999년만 해도 2천1백22억원의 매출액에 5백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본금 1백69억원짜리 벤처기업의 시가총액이 7천5백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누구나 신화를 창조한 벤처로 인정해 주었던 시기였다. △확장 시대=메디슨은 사업성공 및 높은 주가를 바탕으로 계열회사를 늘리면서 ''벤처제국''을 지향했다. 사업영역을 떼어내어 별도회사로 만들었으며 다른 신생벤처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렸다. 메디다스 메리디안 한글과컴퓨터 비트컴퓨터 등이 관계사로 연결됐다. 자회사 투자회사를 합쳐 계열 및 관계회사가 한때 50여개사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슨의 내부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때에도 회사채 기업어음 은행차입금 등을 동원해 사업확장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무너지는 신화=이 회장의 벤처연방은 2000년 초 벤처거품론이 제기되면서 붕괴되기 시작했다. 코스닥시장이 가라앉으면서 투자자금의 회수 시점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를 파악한 신용평가회사들이 메디슨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시켰다. 핵심역량인 초음파 진단기의 경쟁력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신뢰도와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니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엔 2천74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이 62억원에 불과했으며 투자손실로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1천1백66억원에 달했다. 자금사정 악화로 초음파 진단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크레츠테크닉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구조조정도 실패=이 회장은 크레츠테크닉을 매각할 경우 매각대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동시에 자구책으로 회사분할을 시도했다. 지난해 7월 크레츠테크닉을 미국의 GE사에 매각하면서 1억유로(원화 1천1백억원)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크레츠테크닉 자체의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하고 나니 실제 유입대금은 6백50억원에 불과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