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정상에 올라서듯 월드컵에서도 대표팀과함께 세계 축구의 정상에 오르겠다." 4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축구인들과 월드컵 16강을 기원하는 북한산 등정에 나선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의 패기(?) 넘치는 새해 출사표가 축구인들을 감동시켰다. 이날 오전 네덜란드 휴가에서 돌아온 히딩크 감독은 기내에서 단 3시간의 수면을 취했음에도 약 3시간에 이르는 등산길을 선두에서 이끌며 쉼없이 완주해 동행한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산행에 나선 축구인들과 취재진들은 히딩크 감독이 여독이 남은 것은 물론지난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무릎을 수술했던 터여서 특별히 초청한 정몽준 협회장의 성의를 봐 적당히 올라갔다가 돌아설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이런 예상을 비웃듯 시종 눈길을 오르느라 힘겨워 하는동행자들에게 "빨리가자"며 독촉하는 등 56세의 고령과 최근 10년간 등산을 해보지못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탁월한 체력을 과시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이날 코스의 반환점인 대남문에 이르러 동반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쉬고 있는 동안 박항서 코치와 함께 곧바로 하산, 취재진과 관계자들을따돌리고 1착으로 산행을 마쳐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축구인들을 놀라게 한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산행에 이어 인근 호텔에서 열린 연회에서 정몽준 협회장의 강권에 못 이기는척 마이크를 든 히딩크 감독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마이웨이(My way)''를 특유의 중저음으로 멋들어지게 불러 주위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여흥의 마지막 순서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은 히딩크 감독은 "이날을 위해네덜란드에서 준비를 하려 했지만 마땅한 산을 찾을 수 없었다"고 익살을 떤뒤 "산을 오를때 내 목표는 정상에 오르는 것 뿐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선수들과 함께높은 곳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1년여전 한국을 찾은 `이방인'' 히딩크 감독이 한국의 월드컵 16강행이 결코 한국인들만의 꿈이 아님을 `온몸''으로 확인시켜 준 날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