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과도정부가 경제위기 해결책으로 들고 나온 제3의 통화 '아르헨티노'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과도정부는 아르헨티노가 정부의 지급능력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소비지출을 자극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도정부의 야심찬 자구책인 '1백만 일자리 창출'에도 아르헨티노가 자금줄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르헨티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고 재정적인 능력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통화가 국민들에게 '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얼마나,어떤 형태로 발행되나=아르헨티노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일정 및 세부계획이 나오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과도정부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24억달러 규모가 발행되고 총 발행규모는 1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페소화 규모는 1백10억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추가 발행규모나 페소화와의 환율,유통 계획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아르헨티노는 정부의 외환보유고 사정을 감안할 때 달러와 바꿀 수 없는 '태환 불가능한 화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파타콘' 등 이미 24개 지역정부에서 제3의 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채권들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노는 우선 공공 근로자들의 임금과 연금 지급,정부 비품 구매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불투명한 앞날=아르헨티노가 내년 초부터 공식 도입하는 '이중화폐 유통체제'는 달러가 널리 쓰이는 중남미 지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쿠바 페루 파라과이 등이 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처럼 기존 통화가 신뢰를 잃어 수요가 줄거나 통화 혼란 등으로 가파른 물가상승이 예상될 때 새로운 화폐를 채택하게 된다. 그러나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달러화와 두가지 종류의 페소를 사용하는 쿠바의 경우 국민들은 자국 통화는 '쓰레기'로 취급하고 달러만 돈으로 여긴다. 국민들의 정부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공식 통화로 선언한 것 이외에 마땅한 보증이 없는 불태환성 화폐 아르헨티노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통화량 증가에다 아르헨티노의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일단 쓰고 보자는 심리로 인해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도 크다. 아르헨티나의 경제비상대책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지 여부도 변수다. IMF가 제3통화정책에 반대입장을 표명할 경우 아르헨티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