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경영대학(하스 스쿨)의 한 강의실. 겨울방학인데다 비마저 내려 스산한 캠퍼스 분위기와 달리 강의실 안은 뜨거운 열기가 넘쳐 흘렀다. 이곳에서 경영대 학생들의 연구발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발표 주제는 '3cim'이란 벤처기업의 마케팅 전략.대학원생 데이비드 자지스키를 팀장으로 한 4명은 지난 14주 동안 이 회사 제품을 팔기 위한 전략을 연구했다. 3cim은 재미교포인 제이 손(한국명 손재형)씨가 창업한 회사로 온라인 쇼핑몰을 위한 영상기술을 개발했다. 제품사진을 3차원으로 보여주거나,집·건물을 직접 둘러보는 것처럼 보여주는 가상여행(버추얼 투어) 기술이 대표적 제품이다. 'AE컨설팅'이란 가상 회사의 이름으로 된 보고서는 이 제품의 특징을 분석하고 경쟁업체와 비교한 뒤 마케팅을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제품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시장에 적합하므로 온라인 꽃집·결혼예복 가게를 타깃 시장으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3cim 제품을 도입할 경우,소비자들의 구매 유발 효과가 가장 큰 분야인데다 계절별로 제품이 바뀌어 시장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발표회가 끝난 뒤 손 사장은 "경쟁업체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이 조사했다"며 회사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3cim 경영진의 질문이 연구 과정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라며 보다 심도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표회는 UC버클리 경영대학의 산학협동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다.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전략을 연구하게 함으로써 현실성있는 공부를 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또 연구 대상기업으로서도 우수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얻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발표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학생들이 나중에 이를 보고 발표 방법에서 고칠 점을 찾도록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실질적인 효과를 추구하는 산학협동 프로그램이 실리콘밸리를 세계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키운 힘의 원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