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 당시는 쌍용건설이 쌍용자동차의 부채를 떠안은데다 국내외 건설공사 미수금 축적,주택사업투자비용 회수부진 등의 악재가 겹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치욕적인 시기였다. 1999년 3월에는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지정됐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의 살아남기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워크아웃 이전 1천8백여명에 이르던 인원을 올해 11월말까지 8백90명으로 대폭 감원했다. 인건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임원들은 37명에서 13명으로 3분의 2정도를 줄였다. 남아있는 임직원들도 자발적으로 급여의 일부분을 반납해 구조조정의 힘을 덜어주는데 동참했다. 회사의 몸집줄이기와 경비절감 등의 자체 구조조정도 힘들었지만 임직원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한 것은 급격한 일감 감소였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영업사원"이란 정신으로 공사를 수주하는데 모두가 뛰었다. 주택 토목공사 등 기존 사업외에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리모델링부문에도 본격 진출했다. 올초부터는 주택사업분야에서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봄에 보였던 서울 종로구 내수동 주거복합단지 "경희궁의 아침"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임직원들은 가능성을 확신했다. 이어서 내놓은 천호동 플레티넘 리버 오피스텔(3백50실),상도동 쌍용 스윗닷홈(4백54가구),부산 화명 쌍용스윗닷홈(1천8백95가구)등의 주택사업도 잇따라 높은 계약률을 보이며 분양하는데 성공했다. 해외건설분야에서 탁월한 실적과 기술을 인정받은 공신력을 바탕으로 최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경의선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등의 대형 국책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현재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등의 13건의 토목공사를 시공중이다. 올해는 중앙선 덕소-원주간 복선전철 제5공구(9백79억원),대전 도시철도1호선 20공구(2백88억원),청원-상주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제2공구(6백70억원)등 굵직한 토목공사도 잇달아 수주했다. 이로써 지난해에는 적자를 보였으나 올 상반기엔 5백45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연말까지는 7백억원정도의 당기순이익을 올릴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자구노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채권금융기관들도 마음을 열고 도와주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엔 1조1천억원규모의 대출금중 4천3백억원을 전환사채로 인수해줬다. 나머지 대출금도 금리를 10~11.5%에서 5%대로 낮춰줬다. 올해 돌아오는 만기여신도 1년간 상환을 연장해줬다. 이같은 채무재조정과 차임금 축소로 인해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이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차입금의 경우 지난해 1조1천6백78억원에서 올해말에는 6천5백억원으로 절반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천20억원에 달했던 금융비용도 올해는 7백99억원으로 급감하고 내년엔 3백50억원으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이같은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기필코 워크아웃을 졸업한다는게 쌍용건설의 목표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