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을 위한 시장이 새로운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구매력을 갖춘 계층이어서 업체들도 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싱글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싱글은 더 이상 사회의 '이단적 존재'가 아니라 소비력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솔로산업=싱글을 위한 오피스텔이나 원룸형 아파트,다세대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일부 원룸형 아파트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2백50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소형 TV와 냉장고 등 싱글족 전용 가전시장도 뜨고 있다. LG전자가 독신용으로 내놓은 소형냉장고 '뉴젠'은 대표적인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소형TV '네띠'도 독신 수요에 힘입어 최근 매출이 2배 가량 늘었다. 삼성전자가 독신들의 입맛에 맞춰 출시한 20ℓ짜리 전자레인지 'RE-21CN'도 월 5천∼6천대씩 팔려나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크기를 줄이고 기능을 단순화시킨 TV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독신용 가전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좁은 방에서 접었다 폈다 하며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 가구와 침대로도 사용하는 겸용소파 등 원룸 전용가구 시장도 급신장하는 추세다. 독신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도 뜨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독신자를 위해 장을 대신 봐주는 쇼핑 대행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엔 솔로를 위한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에 개설된 '독신' 관련 카페는 무려 60여개에 이른다. 솔로베이(www.solobay.com)와 솔로클럽(www.soloclub.co.kr) 등은 건강 재테크 등 '홀로 서는 법'과 레저 문화 패션 등 '솔로생활을 즐기는 법'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독신자들을 위한 식품 판매량 역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찌개거리 1인분,해물탕 한그릇분 등 혼자 먹기에 적당한 음식들이 백화점 식품매장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싱글 가수인 이현우씨가 낸 '싱글을 위한 요리책'은 지난 여름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요리포털사이트인 헬로쿡(www.hellocook.co.kr)이 제공하는 '1인분 음식조리법'도 독신 남녀들에게 인기다. ◇성장 배경=이처럼 솔로산업이 번창하는 이유는 독신자 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이들의 경제력이 가세,상승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가구수(1천4백39만1천가구)중 독신가구는 2백22만4천가구에 달했다. 지난 95년(1백64만2천가구)에 비해 5년새 35.4% 불어난 숫자다. 수명 연장과 이혼 증가로 혼자 생활하는 중·노년층 가구가 늘기도 했지만 결혼을 '선택'으로 여기는 싱글족들이 급증한 게 주요인이다. 실제 우리나라 30대 인구중 독신자수는 1백만명을 넘어서 지난해 1백11만명을 기록했으며 30대 독신비율도 95년 9.0%에서 13.4%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젊은 독신자들의 활발한 소비도 솔로산업을 번창시킨 동력으로 작용했다. 독신의 소득 정도에 관한 구체적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상당수가 경제력을 갖추고 있고 역으로 경제력이 있기 때문에 홀로서기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관련 업계의 견해가 일치한다. 독신자 모임인 솔로베이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전체 독신 응답자의 60%가 '경제적 여유'를 싱글족의 필수조건으로 꼽았다는 것은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시사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 99년 가정용 제품의 50%가 미혼이나 독신 여성들에 의해 소화됐다. 또 독신 여성의 60%가 자택을 소유하고 있고 전체 주택매매의 20%가 이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솔로산업의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싱글족의 증가는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