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친화' 중소형댐이 해결책 ] 수자원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 뒤 댐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물부족 방치 이대론 안된다'는 시리즈를 마치면서 지난 29일 프라자호텔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최경환 한경종합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윤용남 고려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김선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 -올봄에 유례없는 가뭄을 겪은 뒤 또 가을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물 부족 상황은 어떻습니까. △윤용남 교수=지난해에도 10월 이후에 비가 오지 않아 올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더구나 매년 3∼4개씩 태풍이 왔으나 올해는 전혀 오지 않은 것도 가을가뭄의 원인입니다. 올 들어 강수량은 예년의 76%,8월 이후에는 55% 수준에 불과합니다. 댐 저수율도 평균 39%에 그쳐 일부 지역에서 4만5천여명이 제한급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의 댐 저수량은 내년 5월까지는 문제없으나 향후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을경우 내년 봄에도 극심한 가뭄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입니다. △박석순 교수=내년 4∼5월까지 평년 수준의 비가 오더라도 서울시의 경우 물 오염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합니다. 소양호 등에서 방류량을 줄이면 하류의 녹조현상이 심각해질 것입니다. 한강수계의 상황이 이런데 다른 지역은 오죽하겠습니까. -가뭄과 홍수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데 정부의 물 관리정책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 △박 교수=우리나라는 예부터 가뭄과 홍수의 나라였습니다. 조선시대 말엽에 27년간 지속된 극심한 가뭄과 사회혼란은 관측자료와 역사기록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강우량을 측정하는 측우기가 세계최초로 개발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90년 이후에도 매년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것은 미국의 오대호와 같은 자연호수나 댐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물을 담을 그릇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결국 정부의 잘못된 물 관리 정책이 근본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선희 연구위원=우리나라는 시기별로 강수량 편차가 심합니다. 따라서 물이 많을 때 모으고 갈수기에는 공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이같은 국토의 지형적인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단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교수=지정학적 특성이 가뭄과 홍수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7∼9월 우기때 강수량의 3분의 2가 내리는데 물 담을 그릇이 없어서 물 문제가 초래됩니다. 사회간접자본(SOC)의 투자부족도 문제입니다. 도로의 투자비중은 48%인데 반해 수자원분야는 12%에 불과합니다. -물 부족 문제의 해결책은 수자원 확보와 수요 관리로 요약됩니다. 정부의 정책이 여기에 부합하고 있나요. △김 위원=수자원공급 측면에서 부풀린 수치가 문제입니다.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국민의 불신을 낳고 나아가서 댐 반대 운동의 요인이 됩니다. 정부는 1인당 물사용량이 2011년에 6백ℓ가 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환경단체 등에서 정확한 조사를 요청한 결과 실제로는 그렇지 않게 나왔습니다. △윤 교수=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수자원장기계획을 보면 물 절약요인을 감안하더라도 2011년에 18억t이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신규 수자원 개발을 위해 중소규모 댐 건설이 제기된 것입니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밀려 지난 10년간 댐 건설이 전혀 없었지요. △윤 교수=사실 92년 전남 장흥의 탐진강댐 이후 댐 건설이 전무합니다. 댐 하나 지으려면 10년 이상 걸립니다. 동강댐은 가장 경제적인 위치의 댐이었습니다. 그런데 환경논리와 정치논리에 밀려 무산돼 아쉽습니다. 댐을 정치적 요인으로 접근한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박 교수=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은 서로 모순되는 논리로 댐건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환경보전을 이유로,지역주민은 지역개발에 지장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지요. 정부의 조정역할이 필요합니다. 댐을 만들면 숲은 사라져도 하천은 살릴 수 있습니다. 정부가 특정 집단의 일방적인 여론을 의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논리만을 보도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극 알려야 합니다. 댐 건설시 조사단계부터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을 참여시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또한 기술관료 중심의 수자원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다목적댐 건설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는데 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무엇입니까. △윤 교수=유럽은 연중 비가 와서 용수공급을 위한 댐은 불필요합니다. 따라서 대규모 댐은 거의 없습니다. 주로 수력발전용이 많습니다. 대규모 댐이 경제적으로 유리하지만 환경영향이 큽니다.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에 가깝게 위치하는 중소규모댐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현재 12개의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지금 미국은 42개,일본은 2백개의 댐을 건설 중인데 우리는 2개뿐입니다. △박 교수=댐을 지으면 육상생태계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호수생태계는 더욱 좋아집니다. 홍수시 물을 저장하여 하류의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낙동강은 갈수기가 되면 물이 부족합니다. 영산강은 비가 오지 않으면 광주시 하수처리장의 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라도 댐 건설이 시급합니다. 에너지확보 차원에서도 댐을 세워야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체 에너지 개발을 수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안개발생의 피해는 방류수위 조절로 가능합니다. 현재 횡성댐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댐 건설이 생물멸종을 야기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보신용 남획이 오히려 생물을 멸종시킨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환경단체나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댐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윤 교수=정부도 반성할 점이 많아요. 지난 70∼80년대의 댐 건설은 경제개발을 위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세웠습니다. 특히 댐을 세울 때 자연환경,생활환경,사회경제적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이주에 따른 지역주민의 피해를 보상하고 생계대책을 세우는 등 친환경적으로 건설해야 합니다. 지역정비사업의 규모를 늘리고 댐 건설지역 주민이 스스로 유치하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박 교수=댐 운영상의 문제점도 많습니다. 댐 때문에 하류의 나쁜 물을 먹는다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80년대 급속한 수질악화로 90년 이후 댐 건설이 제대로 안된 것입니다. 특히 70년대 댐건설 이후 내수면 장려사업으로 가두리양식장을 권장하여 수질을 망친 것이 큰 잘못입니다. 국민혜택과 환경을 살리는 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댐 지역 주민에게 많은 지원을 하여 '댐 만들어 잘 살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윤 교수=지자체가 댐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재원 부족이 문제입니다. 국회에서 심의중인 내년도 예산에는 댐관련 예산이 1천5백억원에 불과합니다. 15조원에 달하는 전체 SOC예산의 1%에도 못 미치는 1천5백억원을 지역주민의 여론을 의식해서 삭감하려는 것은 문제입니다. △김 위원=신규 댐 건설규모는 당초 34개를 지으려다 12개로 줄어든 것입니다.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노력이 주효했지요. 이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야합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도 무조건적으로 반대만 해서는 안됩니다. 정부는 앞으로 댐 건설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타당성조사 단계부터 주민을 참여시키는 등 물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합니다. △윤 교수=정부가 건설하려는 12개의 댐은 평균 1억t규모의 중소형입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2011년에 18억t의 물이 부족하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지요. 6억t은 다목적댐과 발전용 댐을 연계운영하면 해소할 수 있고 나머지 12억t은 댐을 건설해야 충당되기 때문에 중소규모의 댐 12곳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수자원 개발 방향과 관리방향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김 위원=수자원관련 법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물 기본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현재는 하천법과 댐특별법뿐입니다. △윤 교수=수자원과 관련된 법 체계는 너무 단순하고 조직은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있어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땜질처방으로 수자원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박 교수=국토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그릇은 부족하고 물관리는 '낙제점'수준입니다. 물은 국토에 적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전국토 곳곳에 가뭄이 발생할 때 적절히 충족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홍수방어를 위해서라도 댐 건설을 서둘러야 합니다. 정리=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