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 판강 <중국 국민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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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가입은 중국에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중국의 정부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은 지금 체질개선 작업에 한창입니다.
WTO가입은 중국경제의 고도화 과정입니다".
중국 경제학계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판강(樊綱)국민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경제에 낙관론을 편다.
WTO라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응전태세가 돼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北京)푸싱먼(復興門)근처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 대담 = 한우덕 베이징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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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테러사건으로 세계경제가 불안합니다.
중국경제 역시 영향권으로 서서히 편입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판 소장=세계경제 침체 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충격의 정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수출이 문제입니다.
특히 한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미국과 교역이 많은 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시아 경제가 좋지 않다는 얘기지요.
미국 경제가 내년 초 회복된다고 해도 아시아 경제가 급격히 호전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중국은 적자는 아니더라도 수지 균형을 이루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투자 안전지역을 찾는 외국 자본이 중국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판 소장=테러 사건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는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지만 충격은 덜 할 것입니다.
중국은 국제 자본시장과 격리돼 국제 상황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이는 위안(元)화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또 12월10일쯤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가입해 투자환경이 호전될 것으로 봅니다.
WTO 가입 후 2~3년 동안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테러사건의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올해 중국경제를 어떻게 예상합니까.
△판 소장=시장이 왕성하게 살아있습니다.
또 올 상반기 민간투자도 18.8% 늘었습니다.
여기에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올해 중국 경제는 7∼8%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내수가 수출 감소요인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경제 구조는 지금 수출주도에서 내수 주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중국경제는 과잉공급으로 신음하고 있지 않습니까.
△판 소장=과잉공급은 경제에 압력을 주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7∼8%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생산능력이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경제 체제에서 과잉공급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은 한때 생산만 하면 모두 팔리는 과잉수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비정상입니다.
과잉공급은 오히려 중국경제가 정상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근 전자레인지 생산업체인 거란스(格蘭仕)는 제품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렸습니다.
이는 곧 제품의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관리시스템의 개선 등이 있었기에 가격 인하가 가능했습니다.
중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체제개혁입니다.
시장의 압력이 없다면 체제개혁은 요원한 일입니다.
과잉공급은 결국 중국 경제의 체질개선에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중국 기업들이 WTO 가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WTO 가입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판 소장=시기적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 단계는 가입 후 1∼2년 동안으로 이때 기업은 WTO라는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됩니다.
중국 상품에 대한 외국의 관세가 낮아져 수출이 늘어나겠고, 안으로는 새로운 외국 기업들이 경쟁자로 부각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아직 중국기업들이 'WTO의 쓴 맛'을 보지 못합니다.
제2단계인 가입 후 3∼5년에 중국 기업들은 비로소 무한경쟁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고 때로는 살을 깎는 아픔도 감내해야 할 겁니다.
실직자도 쏟아져 나와 이전의 구조조정과는 전혀 다른 강도의 아픔이 될 겁니다.
제3단계는 가입 후 5∼10년으로 중국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거쳐 자리를 잡는 시기입니다.
이 때는 활발한 구조조정으로 산업계 판도가 바뀔 것입니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은 국제시장으로 달려 나가게 되지요.
바로 이것이 중국이 WTO에 가입하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WTO가입은 산업별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판 소장=중국의 제조업계는 이미 상당부분 개방됐습니다.
때문에 WTO 가입으로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신업과 보험업의 경우객摸?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 분야는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 있어 외국기업의 참여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수준에서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경우 얘기는 다릅니다.
특히 은행이 심각합니다.
은행업은 이미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고,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분야입니다.
중국의 은행이 국제 금융업계와 격렬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생존에 위험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국유 상업은행의 체제를 개편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WTO가입의 충격은 더 커질 것입니다.
-중국 금융권의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습니까.
△판 소장=중국 금융체제는 엄격히 말해 민영기업에 개방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민영기업은 전체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은행자금의 30%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민영 금융기관이 그동안 발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가 하면 국유 상업은행들은 과도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어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상태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민영 금융기관의 금융시장 참여를 장려해 민영 금융기관과 국유 금융기관이 경쟁을 벌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중국금융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니콜라스 라디와 같은 서방 경제학자들은 수차례 중국 금융위기 및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경고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은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 등 중국적 상황을 바로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WTO가입이 한국경제와 기업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까.
△판 소장=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상호 보완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WTO 가입 이후에도 이 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기업들은 중국과의 비교우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기업은 경영노하우와 마케팅 국제시장 전략 등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두 요소를 결합하면 한국과 중국기업은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윈-윈(Win-Win)'게임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급성장과 함께 한국 일각에서 중국 위협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판 소장=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한다면 한국에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봅시다.
한국이 중국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 한국의 고임 노동력을 고용해 생산한 제품과 중국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 중 어느 것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한국기업은 당연히 중국에서 생산해야 합니다.
또 중국의 급성장하는 시장을 외면한다면 한국기업은 어디에서 판매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한국은 지속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한국인 특유의 문화상품과 디자인 신기술개발 등에서 우위를 지켜가야 합니다.
중국 진출을 계기로 산업고도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한국 전체가 연구개발(R&D)센터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물론 그 일은 한국인들의 몫입니다.
-한국 경제의 현황을 어떻게 봅니까.
△판 소장=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일단 위기가 발생했다면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기 위축은 모든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며 성장 없이는 구조적인 문제점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조개혁만 강조하는 IMF의 처방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위기 당사국 정부는 경기위축을 피하기 위한 부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