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직장을 둔 미혼여성 P씨(33)는 어깨와 허리가 늘 뻐근하고 결리며 머리가 자주 아픈 증상을 호소한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한데 따른 이른바 '오피스병'이다. 요즘 P씨와 같은 고통을 겪는 젊은 여성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남성중심의 사회제도에 강하게 반발하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30대로 접어들었지만 신세대같은 발랄함과 개방성을 갖고 있어 억압적인 직장문화에 반기를 드는 그야말로 맹렬 여성들이다. 특히 미혼일수록, 또 외국에서 유학을 했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일수록 이런 증상과 성향이 많이 나타난다. 장일태 서울 세란병원 진료부장(정형외과)은 "30대 젊은 여성들 가운데 요통 목통증 두통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통증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은 장시간 나쁜 자세로 있어서 통증이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이 목 허리 뇌에 덜 공급되고 근골격계가 경직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요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대부분 주말에 하루 종일 앉아서 TV를 볼 때는 괜찮다가 주중에 회사에서 일할 때 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이들 여성은 자존심이 강해 무거운 것을 들 때도 남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하려는 경향이 크다. 허리가 약한 여성들은 자칫 삐끗해 며칠씩 내상(內傷)으로 고생하기 쉽다. 병원을 찾는 전문직 여성환자의 80%가 화병을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자생한방병원 내과 이성환 과장은 "대부분의 화병은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갈등 같은 가정적 요인이나 좌절감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쌓여 발병한다"며 "억울함이나 분노가 적절히 배출되지 못하고 가슴 속에 차곡차곡 응어리로 남으면 화병이 된다"고 말했다. 화병의 증상에는 분노 불면 피로 공황 우울증 호흡곤란 혈압상승 등이 있다. 또 소화불량 식욕부진 상복부통증 등과 함께 신트림이 자주 나는 증상도 보인다. 또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술을 자주 하게 되는데 여성의 경우 같은 양의 술이라도 남자에 비해 알코올의 해(害)를 더 많이 받게 되고 간경변에 걸릴 위험도 훨씬 높다. 이종경 세란병원 내과부장은 "스트레스와 강박감으로 술을 마시게 되면 술마시는 속도가 빨라지고 안주섭취가 적어지며 대화마저 줄기 때문에 심한 주사를 하게 되고 아침에 깬 후에도 입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말했다. 이같은 화병의 경우 고혈압이나 중풍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사로 넘겨서는 곤란하다. 또 늘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게 된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는 생리과다 피임실패 빈혈 등도 유발한다. 이종경 부장은 "젊은 여성들이 겪는 스트레스장애는 자율신경계중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되고 스트레스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발생한다"며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 '완벽하게 보이고 싶다'는 슈퍼우먼 콤플렉스가 스트레스장애를 촉발하는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완벽주의를 버리고 심신이완과 휴식, 적당한 운동,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나가는게 가장 중요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