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가 각종 현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최근 한국디지털위성방송으로 하여금 서울 MBC본사와 SBS의 프로그램을 2년간 수도권에 방송한후 전국으로 전파를 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채널정책을 확정,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동안 줄기차게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을 반대해온 지방 MBC와 지역 민영방송 등은 곧바로 파업찬반투표를 실시, 93%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데 이어 26일을 기해 서울 MBC와 SBS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MBC본사와 SBS의 지방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과 지방뉴스 방송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MBC본사와 SBS 프로의 전국을 대상으로 한 방송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극한 상황으로 가면 MBC의 전국네트워크가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고, 사실상 지역 민방을 통해 전국방송을 하고 있는 SBS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BC본사와 SBS는 향후 파장을 우려한 듯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 인사들은 "사태를 오래 끌면 지역 방송에도 피해가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과 지방 방송간의 격한 마찰을 불러온 재송신 문제는 현행 방송법 78조 1항에 KBS와 EBS에 대한 재송신은 허용하도록 규정돼 있는 반면 MBC와 SBS에 대해서는명확한 규정이 없어 촉발됐다. 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지역 방송은 "서울지역 지상파 방송을 위성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송하면 지역방송은 살아남지 못한다"면서 반대해왔고,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등은 "난시청 해소와 시청자 편익을 위해 재전송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다 최근 방송위 산하 방송정책기획위원회가 MBC의 공영성 강화와 KBS와 MBC의 시장점유율 제한 방안 등을 담은 정책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또하나의 불씨가 됐다. MBC노조와 전국언론조조 등은 즉각 성명을 내고 "민영방송에 대한 무한 특혜를 방송정책의 방향으로 삼은 것은 방송위가 규제기관으로서의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과 경기남부지역에 한해 방송하는 iTV(경인방송)도 종합유선방송(SO)을 통해 서울을 제외한 경기 지역 전체로 전파를 발사할 수 있도록 권역이 확대됐으나 SBS와 달리 전국방송의 길이 막혔다는 점을 들어 극력 반발하고 있다. iTV는 "iTV의 방송권역외 재송신을 서울을 제외한 경기지역에 국한시킨 것은 SBS를 보호하겠다는 논리"라면서 "SBS와 형평성에 맞도록 iTV의 권역외 재송신을 전면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행정소송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정책기획위가 중간광고를 민영방송에 한해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계기로 방송광고 총량제와 중간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함에 따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방송위는 이와 관련, 29일께 장.단기 방송진흥대책을 발표하는 등 이해당사자간의 대치로 어수선한 방송계를 수습하기 위한 수순에 나설 방침이어서 어느정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명조기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