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정현준 게이트'등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제기돼온 김은성(金銀星) 국정원 제2차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은 이번 파문을 조속히 수습함으로써 정보기관의 내부 동요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사표수리 배경 김 대통령은 김 차장이 금품수수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보기관의 주요 간부로서 의혹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현직을 유지케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차장의 비리 혐의는 드러난 것이 없다"면서 "그러나 책임문제를 떠나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이미 지휘.통솔 능력을 상실했다고 볼수 있다"며 사표수리 배경을 설명했다.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시와 전남도 업무보고를 받고 14일 오후 늦게 상경한 김대통령은 15일 오전 김 차장 문제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고 김 차장의 사표가 접수되면 수리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자진사퇴 형식으로 김 차장의 거취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에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들도 "15일중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해 김 차장의사표 수리 방침이 정해졌음을 시사했다. 여권 핵심부가 김 차장 문제에 대해 이처럼 `속전속결'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의혹 확산'을 조기에 차단함으로써 과거 `옷로비' 사건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차장의 비리 의혹이 확인되지 않는 설에 불과하지만 이를 무작정 덮어버릴경우 야당측의 공세가 거세지는 등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의미가 김 차장 문제로 희석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직을 버리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천명한 만큼 특정인사 거취문제가 부담이 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위상 재정립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뇌한 혐의로 김형윤 전 경제단장이구속된데 이어 김 차장 마저 `비리사건 연루 의혹'으로 낙마함에 따라 국정원의 위상 재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선 국정원 내부에서 권력암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 마저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차장도 자신을 둘러싼 `금품수수설'이 제기된데 대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직내부의 음모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국정원내 호남인맥과 현정부 들어 소외받아온 일부 직원들간의 갈등이빚어지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이 국정원 조직 내부의 갈등을 수습하고 국정원의 위상을재정립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차장의 사의표명 여부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오전 "김 차장이 신 건 원장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통보를 받고 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사의표명 사실을 확인했으나 국정원측은 "사의를 표명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