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표된 450여개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3.4분기 누적 실적은 한 마디로 제조업의 '악전고투'와 금융업의 '호조'로 요약될 수 있다. 세계경기 침체와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442개 상장사중 비금융 제조업체들은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0.13% 줄어들면서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23.29%와 43.57%의 감소세를 보였다. 순이익도 무려 53.60%나 줄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다. 각 산업부문별 '대표주자'들이 포진, 실적 그 자체가 우리 경제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이같이 악화됐다는 것은 지난해 4.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제 침체가 올들어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또 상장사들의 악화된 3분기 누적 실적은 올들어 증시가 수차례의 '반짝 랠리'에도 불구, 대세상승으로 가기엔 아직 멀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적 '속빈 강정', 재무구조는 다소 개선 올해 1∼3분기중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모두 379조1천499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 26조3천584억원, 순이익 11조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6.95%로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69원을 남긴 셈이다. 그러나 제조업체로 범위를 좁히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56%로 낮아진다. 작년 같은 기간엔 8.84%였다. 작년 동기에 비해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급락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재무구조면에서 비금융 상장사들의 평균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133.10%에서 124.64%로 하락, 악화된 수익성과 달리 안정성은 다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 제조업 실적 '심각', 금융업 '날개' 상장사들의 3분기 누적 실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제조업체들의 심각한 실적악화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금융사들의 실적호조세다. 비금융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국제가격이 급락하고 작년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했던 채무면제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0.13%의 매출감소율을 기록, 외형상으로도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특히 비금융업체들은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23.29%와 43.57% 줄었을 뿐 아니라 누적순익이 53.60%나 격감, 지난해의 절반이하수준으로 떨어지는 '비참한'성적을 냈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의 침체와 국제 반도체가격 급락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는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금융업체들은 구조조정 성과에 힘입어 부진한 증시의 '우등생'으로 부상했다. 은행이 대부분인 금융사들은 외형면에서 6.27%의 증가세를 보인 것은 물론, 영업이익이 212.89%, 순익은 184.17%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성(매출액순이익률)면에서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22원을 남겼지만 금융회사들은 1천원어치의 영업수익마다 90원을 남겨 제조업체의 4배가 넘는 이익률을 기록했다. ◆ 비금융중 반도체 최악, 자동차.의약 호조 비금융업의 업종별 현황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업종은 반도체가격 급락과수출감소의 이중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업종(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아남반도체)으로 무려 1조3천310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통.서비스와 종이목재도 적자로 전환되는 부진한 성적을 냈으며 조선과 건설업종도 세계경기 침체장기화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순이익이 각각 89.9%와 84.9%나 감소했다. 이들 업종의 부진과 달리, 올해 현대.기아자동차의 실적호조에 힘입어 자동차업종의 순익은 무려 117.3%나 늘어나면서 비금융제조업종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의약분업실시에 따라 실적 향상이 두드러졌던 의약업종도 순익이 55.3%나 늘어났다. 비금융업종중 이들 두 업종을 제외하면 순익규모가 증가한 업종은 기계운수장비과 음식료품. 기타업종 등 3개에 불과했다. ◆10대 그룹도 부진 10대 그룹의 매출은 218조2천884억원으로 전년도 같은기간보다 0.9% 감소했다. 현대자동차가 24.8% 늘어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금호(24.7%)와 SK(19.3%), 롯데(11.3%), 한진(6.4%), 한화(3.9)도 매출이 늘어났다. 반면 현대(마이너스 17.7%)와 삼성(마이너스 9.8%), 포철(마이너스 5.4%), LG(마이너스 2.8%)등 4개 그룹은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전년동기보다 각각 22.2%와 35.2% 줄어든 13조1천83억원과 8조7천762억원이었다. 순이익은 38.2%나 감소한 6조5천310억원이었다. 그룹별로 순이익은 삼성이 3조2천59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 1조5천676억원, LG 9천805억원, SK 9천569억원, 포철 5천524억원, 롯데 1천715억원 등 이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순이익규모가 삼성과 포철은 전년동기대비 각 44.4%와 66.3% 줄어들었으나 현대자동차는 무려 99.4% 늘어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chunj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