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경(28)씨가 근무하는 삼성동 푸르덴셜생명보험 본사에는 "Working Lunch"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말그대로 일을 하면서 식사도 해결한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많은 직원들은 매달 1번씩 실시되는 월말결산때면 인근 훼미리마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등 간단한 패스트푸드를 사들고와 점심을 해결한다. 식사를 하면서도 쏟아지는 일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며 품위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손에는 샌드위치를 들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이 일대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라는게 배씨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안암동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원생 이형권씨(28)는 요즘 편의점 예찬론자가 됐다. 책이나 소형 가전용품 등 자잘한 생필품들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이를 찾아오는 '편의점 택배서비스'를 이용하고부터다. 공부 때문에 하루종일 연구실에 있어야 하는 그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서비스는 없다. '편한 게 최고'라는 소비 경향은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제일기획이 최근 전국 3천5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점심으로 패스트푸드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한 사람이 20%에 달했다. 지난해에 비해 5%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유통업체들도 이같은 추세에 부응해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식품매장에 테이크아웃 전문매장을 잇따라 입점시키고 있다. 유통업체 테이크아웃 매장의 대표주자는 신세계 강남점의 '델리존'. 식품매장 전체 3분의 1에 육박하는 3백평 규모를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4백여가지 메뉴를 갖춘 테이크아웃 코너로 채워 즉석에서 조리와 포장을 해준다. 신세계 관계자는 "델리존 덕분에 강남점 식품층의 하루평균 매출은 2억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30%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테이크아웃으로 대표되는 스탠딩문화는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장해 본질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을 갖게 된 사람들의 특성"이라고 풀이했다. '생활편리점'을 지향하는 편의점업계도 패스트푸드를 다양화하고 택배,금융 등 서비스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훼미리마트의 경우는 '포너스'라는 PB(자체상표) 패스트푸드까지 등장시켰다. 이 회사는 올해 패스트푸드 판매 비중이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늘어나 7%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통 보광훼미리마트 동양마트 등은 편의점 택배를 전문적으로 하는 별도법인 e-cvs넷을 설립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의 코리아세븐도 롯데닷컴과 연계해 택배서비스에 나섰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