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합병은행이 11월1일 공식출범한다. 합병으로 새출발하는 "국민은행"은 규모와 자금력 영업네트워크 등에서 국내 다른 어떤 은행보다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지주회사를 맞상대로 꼽기도 하지만 자산규모만 보더라도 각각 1백1조원,63조원으로 합병은행의 1백85조원에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다. 김정태 합병은행장은 출범을 앞두고 "정부규제가 풀리는대로 1천1백28개 지점망에서 자동차보험 생명보험상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또 "중복고객을 제외하더라도 2천2백만여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며 "합병은행의 경쟁상대는 국내 은행이 아니라 씨티 HSBC 등 외국선진은행"이라고 강조했다. 합병은행의 위상=합병은행은 지난 9월말 기준 1백85조3천6백9억원의 자산을 보유해 국내 1위,세계 60위권의 규모를 자랑한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 9월말 1조6천2백70억원(국민8천6백31억원,주택 7천6백39억원)을 기록했고 연말에는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 행장은 내년에는 3조원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점은 국내 최대인 1천1백28개다. 이 영업망을 통해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면 시장지배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합병은행은 또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금리를 선도하는 리딩뱅크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금융계에서는 합병은행이 가계대출시장의 62%,총 수신시장의 36%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합병은행의 출범은 다른 은행들의 이합집산을 강요하는 촉매제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서울은행은 물론 하나 한미 신한등 중소 규모의 은행과 조흥 외환 등 부실기업에 발목이 잡혀있는 은행들간 합종연횡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행장도 "합병은 생존의 문제"라며 "앞으로도 금융회사간 합병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공의 관건은 조직융화=거대한 위용에도 불구하고 합병은행의 치명적 약점은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다. 국민 주택 두 은행 출신직원간 조직융화가 바로 그 것이다. 옛 국민은행 노조는 합병을 하루 앞둔 현재까지도 합병반대를 주장하면서 투쟁의지를 밝히고 있다.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노조는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철저하게 "한지붕 두가족"인 셈이다. 합병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및 점포재배치나 새로운 성과제 도입,영업시스템 개편 등의 문제마다 노조가 반대목소리만 높인다면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거대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더라도 부족한 형국인데 조직내부의 마찰이 지속된다면 고객이탈 등 영업기반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결국 김 행장이 두 은행간 이질적 문화를 어떻게 일치시켜 나갈 것인지에 합병은행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