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의 제임스 굿윈(57) 회장겸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사실상 퇴출됐다. 노조로부터 거센 퇴임압력을 받아온 굿윈은 이날 오전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사회는 즉시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존 W 크레이튼 이사(69)를 임명했다. 굿윈이 직원과 주주들에게 회사의 파멸을 "예언"한 편지를 보낸지 2주만의 일이다. ◇화를 부른 운명의 편지=굿윈은 약 2주전 10만여명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 회사는 지금 75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으며 테러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손실이 멈추지 않으면 내년께 회사는 멸망할(perish) 것"이라고 말했다. CEO가 던진 '멸망'이라는 단어는 가뜩이나 불안하던 직원과 주주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편지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져 갔다. 다음날 편지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UA의 주가는 10%나 폭락했다. 1988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노조는 CEO의 자질과 신뢰를 문제삼으며 즉각적인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어긋난 충격요법=일각에서는 굿윈이 노조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한다. 회사의 절박한 상황을 초강도의 발언으로 알려 노조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대한 동의를 구하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UA는 노조가 강한 회사로 단연 손꼽힌다. UA는 1994년 7만5천여명의 직원들이 회사지분 55%를 인수,세계 최대의 종업원 지주회사가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직원들과 경영진과의 마찰이 자주 빚어졌다. 지난해 여름에 발생한 조종사들의 태업은 28% 임금인상으로 마무리됐고 올 초에도 파업으로 홍역을 치렀다. 1998년부터 CEO를 맡은 굿윈은 노조에 계속 휘둘려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굿윈은 테러사태를 계기로 주도권을 잡으려 했으나 결국 '무리수'로 판명됐다. ◇험난한 앞날=크레이튼 신임 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우선적인 목표는 UA의 재무 안정성을 획득하는 것"이라며 "UA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UA의 조속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A는 지난 3분기에 약 10억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4분기에는 적자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임 CEO의 시급한 임무는 회사를 안정시키고 사람들을 비행기로 불러오는 것"이라며 "노조와 협력,구조조정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뤄내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