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발생 이후 보복공격을 공언해온 미국이 마침내 제1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해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미국과 영국은 7일 밤(현지시간) 육상과 해상기지에서 발진한 폭격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탈레반의 공항, 군 지휘소, 테러 훈련캠프 등에 밤새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항구적 자유"로 명명된 이번 작전이 테러 근절을 위한 보다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공격의 일환이며 국제사회의 공감을 확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공습의 구체적인 성과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전쟁수행을 위한 탈레반의 기반시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이며 카불과 칸다하르 등 공격대상 지역은 전기공급이 끊겨 암흑을 이룬 가운데 밤새 폭발음이 들리고 섬광이 번쩍였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빈 라덴은 이번 공격에서 신변에 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영 연합군의 아프간 공격 미 본토를 비롯한 육상과 해상기지에서 발진한 폭격기와 미.영의 군함 및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8일 오전 1시30분)부터 카불과 칸다하르, 잘랄라바드 등 주요도시의 탈레반 군사시설을 향해 발사됐다. 이 공격으로 카불의 공항과 군 지휘부, 칸다하르의 탈레반 지휘부 주거시설, 잘랄라바드의 테러 훈련캠프 등이 타격을 받았으며 공격대상에는 칸다하르의 탈레반 국방부와 외무부 등 정부 청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이번 공격에 B-1, B-2, B-52 폭격기와 아프간 인근 해역에 배치된 군함 및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마이어스 의장은 "50발의 미사일이 발사됐으며 이 순간에도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공격이 새벽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새벽 1시15분(한국시간 오전 5시45분) 카불공항에서 1차 공격 때보다 더욱 강력한 폭발이 목격되는 등 미.영군의 파상공격은 밤새 이어졌다. 럼즈펠드 장관은 "공습의 초기 목표는 대공방어망을 무력화시키고 탈레반 군용기들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이번 공격에서 미군기가 피해를 입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CNN을 비롯한 각 방송사들은 공격대상 지역은 전기공급이 중단돼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미사일 공격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공포 발사로 인한 섬광이 밤하늘을 밝혀 걸프전 당시의 상황을 연상케 했다고 밝혔다. 카불을 비롯한 공격대상 도시에는 밤새 화염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폭발음도 계속됐다고 이들 방송은 주민들의 말을 빌려 전했다. ◇부시 대통령. 블레어 총리 공격 발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對) 테러전쟁의 일환으로 미국과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조직과 탈레반 정권의 군사력에 대한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전국에 TV 중계된 연설을 통해 "미군이 나의 명령에 따라 알-카에다 테러리스트 훈련캠프와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 정권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신중하게 목표를 선정한 이러한 공격은 아프가니스탄을 테러리스트의 활동기지로 이용하는 것을 와해시키고 탈레반 정권의 군사력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 군사작전에는 영국군이 참여했으며 캐나다와 호주, 독일,프랑스 등 다른 동맹국들도 작전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끈기있게 성공을 쌓아가면서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면서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와 자유는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아프간의 탈레반정권에 지난 달 11일의 오사마 빈 라덴 및 그의 테러조직'알-카에다' 지도자들의 신병 인도,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리스트 훈련캠프 전면폐쇄, 억류 중인 미국인 등 외국인 석방 등을 요구했으나 탈레반 지도자들이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하고 "이제 탈레반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오늘 우리는 아프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전쟁은 더 광범위하다"면서 "모든 국가들은 선택을 해야하며 이 전쟁에서 중립은 없다"고 강조하고"무법자와 무고한 양민 살해자를 후원하는 정부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영국군의 이날 공격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주말 탈레반 정권에 대해 "시간이 끝나간다"고 경고하면서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탈레반측의 협상제의를 거부한 후 시작된 것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영국의 미사일 장착 잠수함과 정찰기 등이 아프간 집권 탈레반의 군사시설과 테러캠프 공격에 참㈖構?있다"고 밝히고 "영국의 전폭기들도 향후 수일 내에 작전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서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지금은 세계와 우리 나라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평화로운 국민이나 때로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행동을 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은 훨씬 더 크다"고 강조하고 "테러에 대한 싸움은 군사, 외교, 인도주의 등 3가지 전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번 공격에 영국의 잠수함을 이용하겠다는 미국의 요청은 지난 3일 접수됐으며 총리인 자신이 승인했으며 이날 공격은 군사작전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영국의 추가 군사지원이 앞으로 수일 내에 영국 공군 전투기, 폭격기, 정찰기 등을 통해 제공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항전의지 굽히지 않는 빈 라덴과 탈레반 빈 라덴은 미.영의 공격이 시작된 날 카타르의 TV를 통해 방영된 연설에서 "나는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깃들지 않는 한 미국도 평화속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신에게 맹세한다"고 밝혀 대미 항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미국이 신의 타격을 받았다. 미국의 최대 건물들이 파괴됐으며 신에게 감사한다"면서, "미국은 남에서 북까지, 동에서 서까지 두려움에 가득차 있으며 이 또한 신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연설장면은 '9.11 테러' 후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파키스탄 주재 대사는 이번 미.영의 공격에서도 빈 라덴과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또 미국과 영국군의 공격이 시작된 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통신(AIP)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공격은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빈 라덴을 결코 미국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파키스탄 카라치 주재 탈레반 총영사는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하드(聖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항전 결의를 밝혔다. ◇미.영 아프간 공격에 대한 각국 반응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미국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 공습 개시 사실을 사전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대체로 지지의사를 밝혔으나 중국은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이 희생돼서는 안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의 크렘린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아프간 공습이 개시되기 몇 분 전에 공습단행 계획을 통보해왔다며 푸틴 대통령이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과 아나톨리 크바쉬닌 합참의장,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을 크렘린으로 불러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공습 임박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히고 성명을 통해 아프간 내 테러리스트 목표를 향한 미국 주도의 공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대통령궁도 부시 대통령이 공습사실을 사전 통보해왔다고 밝혔으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프랑스 군(軍)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겨냥한 아프간 공격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새벽 미국과 영국의 탈레반에 대한 군사공격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중국은 모든 테러에 반대한다"며 "평화가 가능한 한 빨리 회복되고, 미국의 군사공격이 무고한 시민들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이 미.영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이를 "침략행위"라고 주장하는 등 이슬람권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