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의 명문 하버드대학이 9.11 동시다발테러의 제1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가족들이 대학측에 내놓은 기부금을놓고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재벌가문인 빈 라덴가(家)가 이미 오래전에 이슬람 테러활동에 나선 오사마와 관계를 끊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고있어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이번 테러참사를 계기로 빈 라덴가의 기부금이 새삼 비난의 도마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 시의회에서는 눈총을 주는 차원을 넘어 빈 라덴가로부터 받은 500만달러를 테러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성금으로 내놓으라는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케네스 리브스 시의원이 처음 제출한 결의안은 빈 라덴가를 못박았으나 지난 24일 8대1로 가결된 결의안은 빈 라덴가를 언급하지 않고 500만달러를 성금으로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브스 시의원은 하버드측이 받은 돈은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활동에 이용하고있는 자금과 같은 재원에서 나온 것인 만큼 '오염된' 돈이라면서 결의안을 냈다. 하버드대학 당국은 그러나 빈 라덴가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200만달러 밖에 안되며 오사마 빈 라덴과의 테러활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시의회측의 결의안을 일축하고 있다. 하버드측은 또 대학당국이 테러참사 희생자의 자녀와 배우자 교육에 이미 100만달러의 성금을 약정해놓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테러활동과 관련된 부분이 확인된다면 즉각적으로 빈 라덴가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빈 라덴가는 지난 93년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에 이슬람 건축부문의 장학금으로100만달러를 기부했으며 이후 이슬람 율법분야의 객원교수를 위한 장학금으로 100만달러를 추가로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