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아있어야 할텐데...' 미국 심장부를 강타한 테러사건 발생 사흘째인 13일 한국인 실종자 생사확인 여부를 놓고 가족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혈육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 가족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아직까지 연락두절 상태에 있는 가족들은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쌍둥이빌딩 중 첫 테러공격을 당한 북쪽 1빌딩 77층에 근무하던 데이비드 리(한국명 이희돈) 세계무역센터협회(WTCA) 부회장은 이날 한국에 있는 영훈초등학교 72년 졸업 동창회 사이트에 자신이 안전하게 대피했다는 사실을 e메일로 띄워 생사가 확인됐다. 그는 사고 당시 사무실에 출근해 있다가 테러공격 직후 현장을 무사히 빠져나왔으나 동료들과 통화가 안되는 바람에 친구들에 의해 실종자로 신고됐다. 그는 영문으로 작성한 이 e메일에서 자신이 있던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대피중 다시 두번째 항공기가 남측 빌딩을 관통했던 순간의 상황을 글로 전했다. 세계무역센터 인근 직장에 근무하는 송은주씨(37·여)의 생존을 이날 확인한 국내 가족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송씨는 사고 직후 전쟁이 난줄 알고 경찰의 안내에 따라 인근 학교 대피소로 피해 이틀동안 지내는 바람에 소재 미확인자로 분류됐다. 오빠 송영호씨(41·경기도 의정부)는 "온 가족이 식음을 전폐한채 이틀밤을 꼬박 새웠는데 오늘 아침에서야 연락을 받고선 눈물이 왈칵 나왔다"고 심경을 전했다. 반면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주재원 및 교민 실종자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뉴욕총영사관과 한인회 등에는 이날도 가족과 친지,이웃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문의가 빗발쳤다. 뉴욕 맨해튼의 국제무역센터(WTC)에 근무하다 실종된 LG화재 구본석 뉴욕지점장의 국내 가족들은 충격속에 생존소식만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다. 구씨 가족들은 "큰 아들과 함께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노모의 충격을 우려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뉴욕 롱아일랜드대학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 강일씨(28)의 실종소식을 접한 가족들도 생존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아버지 강정진씨(65·부산 연제구 연산동)는 "통신이 두절되고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와 인근 대피소에서 연락하지 못하는 상황이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아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다"며 가슴을 쳤다.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동생 김완석씨(31)와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아 외교통상부에 신고를 한 김창욱씨(40·자영업)는 "동생이 뉴욕 무역센터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까지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 속이 탄다"며 "국제전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연락을 못하는 상황이기만 바랄 따름"이라고 기원했다. 세계무역센터 인근 힐튼호텔에 근무하는 헬렌 김씨(36)의 동생 김준보씨(33)는 "참사후 휴대폰과 집 전화로 연락을 해도 전혀 안되고 있다"며 "누님은 미국에서 10년째 생활하고 집은 테러현장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데 우선 급한대로 미국의 친구들에게 신변 확인을 요청해놨다"고 말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