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테러 부상자 치료 한인 의사 신용택씨 ]



"부상자들이 몰려드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바빠 몸은 녹초가 됐지만 의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세계무역센터 비행기충돌 테러현장에서 부상자들이 끊이지 않고 수송돼 오는 맨해튼 11번가의 세인트빈센트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을 오가며 뜬눈으로 밤을 샌 한인 1.5세 의사 신용택씨(36)는 전쟁터같은 아수라장 속에서도 미국인들의 따뜻한 인간애를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자들이 본격적으로 도착하기 전에 이미 자원봉사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헌혈이 줄을 이었다"면서 이런 인간애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인 것 같다고 밝혔다.


뉴욕에서 손꼽히는 가톨릭계 병원인 세인트빈센트병원의 유일한 한국인 흉부외과 전문의 신씨는 "비번인 동료의사와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이 테러소식을 접하고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곧바로 달려와 밤을 새며 부상자 치료를 돕고 있다"며 병상이 모자라 복도와 회의실에 임시병상이 차려져 있지만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맨해튼 남단 테러현장 인근에 위치한 세인트빈센트병원에는 사건발생 만 하루가 지난 12일 낮 현재까지 1천7백여명의 부상자 중 6백81명이 수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이중 95명은 부상이 심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신씨는 부상자들이 몰려들면서 2년차 레지던트 김준억씨(29)와 함께 외과수술이 필요한 부상자를 가려내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수술실에서,간단한 수술은 응급실에서 조치를 하고 있다.


그는 눈코뜰새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현장 취재를 하다 심장마비를 일으킨 러시아계 기자의 심장수술을 집도해 "전공 분야를 살렸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신씨는 병원으로 실려오는 부상자 중 상당수가 심한 화상이나 파편상,골절상을 입었으며 첫날에는 일반시민이 대부분이었으나 어젯밤부터는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소방대원과 경찰관이 부상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의사로서 도울 수 있는 기술을 익힌 것이 고맙고 미국으로 이민와 배운 기술로 미국인들이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씨는 시애틀의 워싱턴대학 부속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로 있으면서 심장수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최근 세인트빈센트병원의 심장수술 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1975년 특파원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 미국 뉴욕에 건너온 그는 코널대 의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부속병원에서 레지던트를 거쳤으며 국내 심장병어린이 돕기에 나서기도 했다.


뉴욕=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