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참사는 국내 경제운용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사 이틀째를 맞아 전날 극심한 불안양상을 보였던 세계증시와 달러화 가치 및 유가가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으나 가뜩이나 불투명했던 세계경제의 조기회복은 이제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참사가 미국경제나 세계경제에 초래할 파장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초래된 상황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피해복구를 위한 천문학적 재원조달에 따른 금리상승으로 미국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 분야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 위주로 연말까지만 10억달러 이상의 수출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만에 하나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해져 국제유가마저 들먹일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연초부터 공언해 온 비상경제대책의 시행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진념 부총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자재정 편성을 골자로 하는 비상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언해 오지 않았던가. 3·4분기 마이너스 성장전망이 나오고 있는 미국 경제가 이번 테러참사로 성장률이 1% 미만으로 추락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지금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물론 적자재정 편성을 통한 경기부양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금융시스템의 고장으로 금리정책이 먹히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대책으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수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2차 추경편성에 나서는 한편 내년도 예산편성도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대폭 늘려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야당도 선심성 복지지출 확대가 아닌 경기위축 방지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서는 이의 불가피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재정건전성보다 경제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