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디맑은 연초록 바다, 화이트비치, 환상적 일몰, 짜릿한 호핑투어. 필리핀 보라카이(Boracay)를 환상의 섬으로 만드는 '4인방'이다. 보라카이 해변은 한마디로 눈부시다.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화이트비치는 명물중의 명물. 초록 연초록 코발트 등 4~6가지 색이 층층별로 오묘한 색감을 자랑하는 바다와 짝을 이룬 해변은 보라카이만이 연출할 수 있는 자연의 예술이다. 밤의 해변은 눈밭. 발의 촉감은 수북이 쌓인 눈 위를 걷는 것만큼 부드럽다. 쏟아지는 듯한 무수한 별들은 동화속 주인공인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황홀한 일몰은 자신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해변길이는 장장 7km. 화이트비치만도 4km가 넘는다. 보라카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호핑투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하는 호핑투어는 속세의 모든 상념을 잊게 만드는 묘약이다. 스노클링은 수영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도라면 누구나 즐길수 있는 호핑투어의 '필수코스'. 물속에 살짝만 얼굴을 담가도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의 자태 자랑이 수족관보다 더 생생하게 펼쳐진다. 초보자라도 간단한 기초훈련을 받으면 스쿠버 체험다이빙이 가능하다. 좀더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열대어들의 '자태쇼'는 산호초와 함께 신비로운 앙상블을 이룬다. 운이 좋으면 상어 자라와의 '스킨십'도 가능하다. 보라카이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은 50여곳에 달한다. 바나나보트나 벙커(필리핀 전통목선)를 타고 '해변순례'를 하는 맛도 색다르다. 화이트비치 북쪽엔 깎아세운 듯한 수려한 절벽이 위용을 자랑한다. 동굴 안에 박쥐들이 우글대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수려한 야자수 사이로는 현대식 리조트들이 연이어 눈에 들어온다. 해변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2시간이 걸린다. 벙커에서 즐기는 낚시는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원초적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부지런히 미끼를 끼워주는 원주민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해변에서 푸짐한 필리핀 바다요리를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먹어도 배가 부르다. 특히 게맛이 일품이다. 후식엔 망고가 단연 인기. 보라카이의 명물로 자리잡은 트라이시클(Tricycle)을 타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섬내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4인용 운송수단. 속력에 걸맞지 않은 요란한 소음, 약간의 경사에도 비틀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고(go)! 고(go)'를 외쳐도 싱긋 웃어주는 '드라이버'가 정겹기만 하다. 아이를 등에 업은 아줌마의 모습도, 가방을 둘러멘 초등학생의 모습도 왠지 낯설지 않다. 마치 70년대 한국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나이스 샷'이 그리운 골프광들은 보라카이에서도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하루의 피로는 코코넛 오일마사지가 책임진다. 아줌마들로 보이는 '마사지 걸'들이 외치는 '마사지, 마사지!' 소리가 귓가를 자극한다. 하지만 야릇한 연상은 오산. 보라카이(필리핀)=양희전 기자 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