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4일 총리직과 자민련 총재직에서 모두 물러날 뜻을 밝혔지만 이 총리의 거취는 여전히 유동적으로 보인다. 그동안 임동원(林東源)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둘러싼 'DJP 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던 이 총리는 일단 두 가지 모순된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는 방법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치도의적으로 가장 올바른 길을 가겠다'고 언급한 후 결정한 이 총리의 선택에 대해 청와대와 자민련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관심사항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표를 받아들이느냐 여부. 사표가 수리된다면 이 총리 거취는 더이상 관심의 대상이 못되겠지만 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대안부재론.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을 잘 보좌하면서 대야관계를 원만히 이뤄나갈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민주당 대권주자 중에서 총리를 임명하자는 방안도 거론되나 다른 주자들의 반발과 이로 인한 당내 불협화음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게 사실이다. 또 국회에서의 수적인 열세속에서 거야(巨野)의 조직적 반대 움직임에 부딪힐 경우 신임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도 문제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자민련과의 관계를 정리하면 총리로 계속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 총리도 그동안 행정총리를 자임하면서 총리직 수행에 열의를 보여왔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내각 잔류를 권유할 경우 이를 수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총리실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자민련 총재직을 함께 사퇴한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재신임할 경우 총리직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총리로서는 'DJP 공조' 복원을 위해 남는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고, 김 대통령도 여러 가능성에 대비, JP와의 마지막 끈은 유지해 놓는다는 점을 고려할 수도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대통령으로서는 이 총리를 재신임하기 어려운 측면도 적지 않다. DJP 공조가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 채 파기된 마당에 자민련 출신 총리를 그대로 둔다는 게 설득력이 부족하고, 그동안 여권내부에서 국정쇄신을 위해 인적청산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리가 경질되더라도 신임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리가 바뀌면 국회 동의를 거치기까지 '서리 체제'가 불가피한데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시 총리 서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이 도마에 오르자 형식적으로나마 전임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