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국내외 악재에 휘감겼다. 전날 뉴욕 증시가 반락한 데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6년여중 최저수준을 갈아치웠다. 국내에서는 법정관리까지도 갈 수 있다는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와 AIG가 매각가격에 몽니를 부리는 현대투신 문제가 시원스런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부담으로 남았다. 시장에서는 580∼600대에 밀집한 매물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모멘텀 공급과 더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더욱 좁아진 박스권에서 이날과 같이 종목별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지수보다는 철저하게 종목위주의 접근이 바람직하다. 다만 업종별, 종목별 순환매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점에는 유의해야 하겠다. 해외 증시는 경기 문제에 민감하게 반등하고 있고 국내 구조조정 현안도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국내 증시의 독자행보를 담보하던 유동성 보강 기대감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시들었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매물벽에 진입하고 뚫고 나갈만한 에너지 공급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날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 합작으로도 매물대 초입인 580선 안착에 실패했기에 더욱 그렇다. 주전 공격수 역할을 담당하던 은행, 건설 등 대중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고 재공략에 실패한 삼성전자의 20만원벽은 더욱 높아졌다. SK텔레콤, 한국전력 등 여타 지수 관련 대형주도 모멘텀을 갖고 움직인다기 보다는 프로그램 매매에 휩쓸리는 모습이 강하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일단은 방향 설정을 뒤로 미룬 장세"라며 "이달 들어 여러 차례 실패한 580선이 상당한 부담으로 남아 업종에 이은 종목별 파상공세도 끝나고 나면 에너지 소진을 겪으며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1차적으로 수요일 예정된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 발표가 방향 설정의 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호재와 악재 어느 쪽에서도 터질 수 있는 하이닉스와 현대투신 문제를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반면 지수의 하방경직성 강화와 악재의 선반영 등을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을 시도하리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국내외 악재와 전날 상승분을 감안하면 이날 약보합 마감은 상대적으로 선방했고 이는 시장의 상승욕구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해외증시, 국내 구조조정 등 악재가 이미 반영돼 있어 악재에는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하게 반등하는 분위기가 상당기간 이어진다는 얘기다. 최근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한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선에 수렴 단기 골든크로스를 눈앞에 두고 있어 결국 상승으로 가닥을 잡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제약, 제지 등으로 매수 대상이 확대되는 사이 건설, 은행, 증권주가 조정 받고 다시 전면에 부상한다는 업종별 선순환 기대감도 짙어졌다.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조덕현 차장은 "지수 방향성은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 발표 뒤에 결정되겠지만 금융장세 성격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차장은 "여전히 시장의 중심은 은행, 건설 등 대중주"라며 "저가 대중주를 중심으로 조정시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화요일 뉴욕증시에서는 다음날 2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 발표를 앞둔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8월 소비자신뢰지수 등에 따라 등락할 전망이다. 경기 조사회사인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6월 118.9에서 7월에는 116.5로 떨어졌다. 주간 소매 체인점 매출도 나온다. 또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진단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관심거리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