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증시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천정"을 의미한다면 하이닉스는 "바닥"을 가리킨다. 삼성전자가 수출을 비롯한 경기 지표를 나타낸다면 하이닉스는 투자심리와 증시의 수급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증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움직임과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아 매물벽을 돌파하기에는 체력이 달리는 한편으로 저가 매수세 유입에 따른 하방경직성 확보로 밑으로 추락하지도 않고 있다. 실물경기와 기대감 사이에 갇혀있는 형국이다. 28일 증시에서 하이닉스가 1천원 밑으로 떨어지자 엄청난 저가 매수세가 쏟아져 들어왔다. 또 삼성전자는 두터운 매물벽에 막혀 20만원을 뚫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경기지표=종합주가지수와 삼성전자 둘 다 매물벽에 막혀 있다. 지수 580선과 삼성전자 20만원선이 심리적인 저항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576선인 종합주가지수와 19만7천원인 삼성전자 모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주저앉았다. 최근 3개월간 거래량을 살펴보면 지수는 580∼600선에 33%,삼성전자는 20만∼22만원대에 전체 거래량의 29% 가량이 몰려 있어 매물벽 돌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18만∼19만원대의 좁은 박스권을 횡보하는 사이 지수도 주로 560∼580의 상자 속에서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지수 모두 반도체 업황을 비롯한 경기 회복의 신호 없이는 박스권을 돌파하기에 역부족인 셈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기대감은 살아 있어 지수와 삼성전자 모두 박스권 상단에 머무르면서 기술적으로는 긍정적인 사인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선을 밑에서 위로 뚫는 중기 골든크로스를 발생시켰고 지수 역시 60일선을 돌파하면서 20일선과 2백일선 간의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 ◇하이닉스는 수급지표=하이닉스의 시가총액(1조1천70억원)은 전체(2백11조8천90억원)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자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문제 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말고도 현실적으로 은행권의 부실 처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잘못'될 경우 은행 투신사 등 금융권 불안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증시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특히 개인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도 하이닉스를 증시의 나침반으로 활용하고 있어 투자심리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전체 거래량에서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증시 수급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날도 거래량이 2억주를 넘겨 전체의 절반을 웃돌았다. 1천원 밑으로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몰려든 것은 어두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망=증시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고 횡보하고 있는 주가도 매물 소화 과정을 거쳐 시간을 두고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지만 하이닉스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일본 도시바가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등 업계의 구조조정이 활발하고 반도체 현물 가격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멀지 않아 삼성전자의 주가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미국과 해외채권단의 압력으로 하이닉스 처리 문제가 꼬일 경우 전체 금융 시장이 불안해져 주가도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