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과연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것인가. 오는 31일 채권은행장 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선 "채권단 지원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법정관리로 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이닉스 주가는 28일 한때 1천원대를 밑도는 등 요동을 치고 있다. 외국의 신용평가 기관들도 이 회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앞다퉈 끌어 내리고 있다. 물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모두가 "공멸(共滅)"하는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하이닉스는 물론 은행 등 모든 채권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마련한 출자전환 등 지원 방안에 대해 채권단이 원만히 합의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 은행권 합의가 관건 =외환은행은 일단 오는 31일 17개 채권은행장 회의에서 출자전환과 채권 만기연장을 골자로 한 하이닉스 지원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여기서 지원안이 합의되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설령 투신사 등이 회사채 만기연장에 응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안된다. 은행들의 채권이 하이닉스 총 채권의 78%에 달하기 때문이다. 내달 14일 시행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총 채권의 75% 이상이 합의한 구조조정안에 대해선 나머지 채권자들도 강제적으로 따르도록 돼 있다. 은행들만 뭉치면 투신 등 2금융권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게 싫으면 채권매수청구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때는 채권액의 절반도 안되는 '청산 가치'로 되돌려 받게 된다. 선택은 투신사에 달렸지만 결국 지원 방안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렇게 지원프로그램이 실행돼 하이닉스가 정상화의 길을 걷도록 하는게 외환은행이 기대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 합의 실패 땐 심각 =문제는 채권은행장 회의에서 합의가 안될 때 벌어진다. 은행권이 합의를 못하면 내달 14일 구조조정촉진법 시행 후 투신사 등을 포함한 전체 채권단이 모여 하이닉스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채권자의 75% 이상이 합의해야 비로소 지원이 결정된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전체 채권의 78%를 가진 은행들도 합의를 못했는데 투신사를 포함한 전체 채권단이 75% 이상 합의한다는건 기대하기 어렵다. 투신사와 리스사들은 이미 하이닉스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지원안이 부결되면 길은 한가지뿐이다.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 ◇ 법정관리는 '공멸' =하이닉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영업 기반이 붕괴돼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도 피해가 막심해진다.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만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과 달리 담보가 거의 없는 투신사 등 2금융권의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채권단이 '최악의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결국 하이닉스를 청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고통은 고통대로 받으며 지원은 지원대로 해야 한다"며 "대부분 채권금융사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 일각에서도 외환은행의 지원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고 있어 지원안이 순조롭게 합의될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이닉스의 운명을 가를 31일 채권은행장 회의가 그래서 주목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