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태국의 록슬리 퍼시픽이 곧 이동통신 사업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통신시설 현황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북한과 록슬리 간의 이동통신 사업계약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으로 하느냐 유럽형이동전화(GSM)방식으로 하느냐에 대한 검토가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통신시설은 다른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진 것으로 평가되며, 특히 개인간 통신망은 열악한 상황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 80년대부터 국내외 통신시설 확장 및 현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과 91년 라진ㆍ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설립을 계기로 통신망 구축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95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을 받아 평양∼함흥간 300㎞ 구간에 광케이블을 설치했으며, 97년 12월에는 평양과 전국 70개 시ㆍ군의 광케이블화와 시외전화 자동화가 실현됐다. 이어 지난 98년 초에는 평양~신의주간 400km 구간에 광케이블 설치공사를 완료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함흥-청진-나진-중국 훈춘(琿春)간 530km에 광케이블을 깔았고 태국 록슬리 퍼시픽과 합작으로 라진ㆍ선봉지역에 동북아전화통신사(NEAT&T)를 설립해 현재 전화선 공급 및 유료전화, 컴퓨터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러나 평양과 대도시간의 연결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전반적으로 통신망이 극히 열악하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국내 전화망은 총 110만 회선 규모이고 전화방식은 평양 등 주요도시와 시ㆍ군 단위까지는 자동전화이지만 군 단위 이하의 시골에서는 아직도 수동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공중전화는 지난 96년 말 현재 2천720대로 평양 시내에 한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동전화나 무선호출 서비스는 평양과 라진ㆍ선봉지역, 금강산관광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통신망은 사회주의권 국가와는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평양~중국 베이징(北京), 평양∼러시아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무선망과 신의주~베이징, 청진~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유선망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서방국가와는 평양~싱가포르, 평양~홍콩, 평양~일본간의 단파 무선과 중국의 베이징지구국을 중계지로 하는 간접통신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평양시내에서는 세계 170개 주요 도시와 국제자동전화(IDD)가 가능하다. 지난 95년부터 AT&T를 통해 평양과 미국내 워싱턴ㆍ뉴욕ㆍ로스앤젤레스간 통화가 가능했고, 일본과는 90년 11월 직통위성회선 및 국제전용선이 구축됐다. 이와 함께 지난 90년대 초에 과학원, 김일성종합대학 등 주요기관에 근거리통신망(LAN)이 설치됐고 97년 6월에 내각의 각 위원회, 성ㆍ중앙기관, 주요 대학, 인민대학습당 등을 연결하는 북한 내 컴퓨터통신망 '광명'을 설치했다. '광명'을 개통한 이후 이 망에 가입한 컴퓨터 대수가 지난해 말 현재 98년에 비해 4.6배나 증가했을 정도로 북한은 컴퓨터통신망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광케이블망과 국내 전화망을 통해 컴퓨터통신망 확충에 힘써온 북한 당국은 주요 시ㆍ군에서는 기존의 전화선과 수동식 교환대를 이용한 컴퓨터통신망을 구축, '광명'과 연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 스위스 등으로부터 중고 전화기와 교환기를 도입하여 200만회선을 목표로 증설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북한은 최근들어 저렴하면서도 단기간에 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남한 기업들의 무선 랜 장비와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시스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한동철기자 hd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