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이모(57)씨는 지난5월 "연 40%이상 수익보장"이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은행에 넣어뒀던 목돈 3천만원을 찾았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세워 관광지를 개발한 다음 수익금을 배당해준다는 설명에 기대가 부풀었었던 그는 낭패를 겪어야만 했다. 투자했던 회사 대표가 최근 잠적하면서 돈을 고스란히 날렸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이 워낙 정교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그는 뒤늦게 자신의 헛된 욕심만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이씨처럼 유사 금융사기에 휘말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낮은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고도의 수법으로 이들을 '등치고' 있는 것. 예전과 달리 연 몇 백%식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이 아니라 연 30∼60% 정도의 비교적 낮은 수익률을 내세우는 것이 최근 등장한 금융사기의 특징이다. 새로운 투자기법인 리츠나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를 가장한 유사 업체들도 부쩍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적발한 유사금융 피해사례만 8월 현재 80건을 넘어섰다. "투자경험이 많은 사람조차 속을 정도로 구별이 쉽지 않다"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이자수입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와 같이 두자리 수준의 높은 이자를 기대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은 "요즘에는 너무 높은 수익률을 쫓기보다는 기대수익률을 조금 낮춰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신 비슷한 상품이더라도 어느 금융사의 금리가 더 높은지,신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와 정성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전과는 다른 '재테크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기본을 중시하는 재테크 전략이 긴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안전성을 고려한 은행 위주의 투자패턴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금고 등 2금융권을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이 경우 가족 명의로 예금보장한도인 5천만원 이하로 나눠서 가입하면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최근 연 8%대 정기예금을 내놓은 서울의 현대스위스금고에는 지난 7월 한달동안 6백50억원의 예금이 들어왔다. 30,40대 신규 고객이 부쩍 늘어났다는게 이 금고 관계자의 귀뜀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금고 등 2금융권 객장에서 나타난 신풍속도중 하나다. 단기여유자금을 종합금융사의 발행어음이나 CMA(어음관리계좌)에 넣는 사람도 적지않다. 세제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농수협 단위조합이나 신협의 정기예탁금등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예.적금에 가입하기 보다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금융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가입한 근로자우대저축.신탁,비과세가계저축.신탁 등이 있으면 이들 상품의 가입한도까지 최대한 불입하는 게 금리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규 판매되는 실적배당 상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들어 금융사마다 저금리로 이탈하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특판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에 "플러스 알파"를 노릴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실적배당 상품인 채권형 수익증권을 확정금리형으로 바꿔 파는 곳도 있다. 은행권에 판매 대기중인 부동산투자신탁에 미리 예약해 두는 것도 투자수익률을 고려할 만하다. 절세형 상품은 저금리시대에도 재테크의 기본이다.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 등 세금을 적게내는 상품에 우선적으로 최대한 가입하는 것이 필수다. 3~6개월동안 단기로 자금을 굴릴 생각이 아니라면 비과세되는 생계형저축이나 1인당 최고 6천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한 세금우대상품에 넣어두는 것이 현명하다. 세금우대 효과로 연 0.5~1.2%포인트 안팎의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연금신탁 등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상품이라면 더욱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