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9일에도 거침없이 추락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오후 1시41분 현재 전날보다 22.88포인트 폭락한 555.66, 코스닥종합지수는 오후 1시44분 현재 4.65포인트 급락한 69.43을 각각 나타냈다. 당분간 주식시장의 급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한데다 정보기술(IT) 분야 회복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500선까지, 코스닥종합지수는 65선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왜 하락하나 한국증시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은 핵심적 변수인 미국 IT분야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증시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미국 경기다. 특히 미국 IT분야는 외환위기이후 정보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수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수출에서 부진하면 주가가 오를 수 없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기는 전반적으로 3.4분기에 회복되고 IT는 4.4분기에 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반적인 경기는 연말, IT는 빨라야 내년초에나 각각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T분야는 지난 10년간의 과잉투자로 인해 재고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나스닥지수는 조만간 2,000선을 뚫고 내려와 1,800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분야의 경기가 회복되려면 지금부터 반도체나 PC주문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 IT경기는 빨라야 내년 1.4분기에 저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하반기에는 회사채 만기의 집중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현대전자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제외하면 현대투신, 대우차문제 등이 좀처럼 해결의 가닥을 못잡고 있는 등 기업구조조정의 전반적인 부진도증시의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모든 악재들을 반영해 기업들의 도산이 가시화될 경우 증시는 한없이 추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증시 어디까지 추락하나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120일 이동평균선인 577선이 무너진 만큼 1차적으로 540∼550에서 지지선이 형성되고 이 마저 붕괴되면 500선 안팎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도 연기금이 지수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가들의 상황인식은 상당히 비관적인 편이다. 김경신 리젠트증권 이사는 "수출이 지지부진하다면 소비자신뢰지수, 경기종합지수 선행지수 등이 아무리 긍정적으로 나와도 시장분위기를 바꿀 수 없다"면서 "지수는 490∼500까지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더라도 580∼600선의 매물벽을 뚫고 올라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경기가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들이 증시를 더욱 억누르고 있다"면서 "8월 중순까지 주가는 500선까지 내려왔다가 조금 올라가는 횡보장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장세에서는 연기금의 매수대상인 업종 대표주나 경기 하강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기방어주, 상승모멘텀을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실적호전주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잠시 쉬었다가 상승시기를 포착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