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6월 월례 경제동향 보고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경제상황에 대해 '악화'라는 진단을 내린 것은 자율회복 시나리오가 붕괴됐음을 의미한다. 일본정부는 새해가 밝은 지난 1월 '경제전반에 걸쳐 완만한 개선조짐이 보이고있다'며 2000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경기가 자율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당시 정부는 '2001년에는 민수주도의 자율적 회복의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며 생산 및 수출증가 →기업수익증대 →고용, 소득환경 개선 →소비회복이라는 '장밋빛'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바로 한달 뒤인 2월 '개선 속도가 더뎌졌다'는 진단을 시작으로 개선정체(3월), 다소 내림세(4월), 추가 내림세(5월)로 밀리더니 결국 이번에 '악화'로 귀착됐다. 일본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7년 9월부터 98년 2월까지 6개월 연속 경제전망을 내려잡은 적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제침체의 덫이 얼마나 빠져나오기 힘든 것인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당초 경제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상실, 개인 소비정체 등이 맞물리면서 경제성장률 둔화, 주가하락 등의 현상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경제에 펴기힘든 주름을 지게 했다. 이런 일본의 경제퇴조 현상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1990년대 장기불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당시 근본적인 구조개혁조치를 뒤로 미룬 것이 작금의 경제난맥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제 일본은 경제에 '악화'라는 진단을 내린만큼 처방전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책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중의 유동성을 늘리는 금융완화정책이 꼽히고 있다. 이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 등이 시중에 돈을 풀어서 개인소비를 진작시키고, 증시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자며 금융 양적확대 정책의 필요성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 주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효과가 미지수라며 일단 신중론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 3월 사실상의 제로금리 복귀와 시중유동성 확대정책을 구사했지만 '반짝효과'에 그친 점을 의식해서이다. 여하튼 일본의 경제퇴조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 정책도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