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조가 12일 파업에 가세함으로써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한 민주노총의 연대파업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계는 일단 파업을 선도할 핵심 사업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사상 초유의 항공사 노조 동시파업을 이끌어냄으로써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당초 올해 연대파업은 과거 선봉에 섰던 지하철노조나 자동차노조, 중공업 노조 등의 임단협 교섭이 더디게 진행돼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일선 단위 노조들의 경우 민주노총이 내건 개혁입법 통과, 비정규직 차별철폐, 주5일제 근무 등 다소 정치적인 요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반면 실업률 증가와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안정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때 보다도 높은 실정이었다. 민주노총이 연초 올 '춘투' 성격을 '총파업'으로 규정하지 않고 '총력투쟁' 또는 '시기집중 연대파업'으로 표현한 것도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외로 지난해 첫 파업을 계기로 민주노총의 주력부대로 떠올랐던 대한항공조종사노조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노조가 연대 파업 분위기를 끌어오자 민주노총 내부에서조차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경영계의 불법파업 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요구 등으로 노-사-정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두 항공사의 노사 협상은 노사 자율 교섭 보다는 상급단체들 사이의 '기싸움' 양상으로 전개됐다. 결국 12일 두 항공사 노조를 선봉으로 최소 100여개 노조에서 연대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민주노총은 13일 보건의료노조 파업, 16일 대규모 민중대회 등으로까지 연대파업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보인다. 퇴직금 누진제 존폐 문제 등을 놓고 노사 갈등을 빚어온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사실상 올해에는 병원별 파업 찬성률이 재적대비 50∼60%로 예상보다 낮아 파업 돌입이 힘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 항공사 노조의 파업 분위기에 이끌려 13일부터 파업의 수위를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서울대병원 등 12개 병원을 시작으로 14일과 15일 각각 3개 병원, 오는 20일 이후 전국 44개병원 등 연쇄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효성울산공장에 대한 경찰의 진압과 여천 NCC의 파업 농성 등으로 촉발된 지역 중심의 노동계 시위도 한동안 세를 모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임단협 협상이 더디게 진행된 금속연맹 산하 대형 노조 등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오는 6월말이나 7월초 2차 시기집중 연대파업도 가능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항공대란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국제적인 이미지 실추 등 엄청난 파장이 현실화되고 있어 노동계가 여론의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뭄극복이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연봉 1억원안팎의 고임금을 받는 조종사의 파업과 이에 따른 항공대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가 두 항공사의 파업으로 당장은 연대파업의 세를 불려나갈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국민들이 파업 행위에 등을 돌려 노동계의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의외로 두 항공사의 연대파업을 이끌어냄으로써 노동계가 대정부 협상력을 키우고 파업 분위기를 끌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며 "하지만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고 가뭄까지 겹쳐 연대파업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