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파업사태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강성 노동조합(위원장 박현정) 집행부가 올들어 시작된 사측의 설비변경에 반기를 들면서서부터 시작됐다. 회사는 지난 1월 경쟁력이 떨어진 나일론원사 생산공정을 교체하기 위해 일부 공정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이 라인에서 발생한 잉여인원을 다른 공정으로 전환배치하자 노조는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어 3월말 사측의 현장 감독자(반장) 교육을 노조가 방해하면서 갈등이 표면화 돼 사측은 박위원장 등 1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 양측이 갈림길에 들어섰다. 5월초 박위원장 등 핵심 노조간부 3명이 전격 구속되고 사측이 구속자를 포함해 7명을 해고시키자 감정이 격화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반려(협상권고)에도 불구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강행했다. 노조는 1주일 일정으로 잡았던 투표마저 스스로 중단한채 법원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25일 회사측 용역경비원과 충돌해 100여명의 부상자를 내고 끝내 불법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노사가 또다시 충돌해 8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노조는 전면파업에 들어가 공장가동을 완전 중단시켰다. 노사간 대화는 두 차례의 큰 충돌과 파업으로 중단됐다가 지난 2일 김호진(金浩鎭) 노동부장관이 직접 울산에 내려와 양측에 대화를 촉구하면서 재개됐으나 이튿날 결렬됐다. 협상에서 노조는 ▲구속자 석방 ▲해고및 징계 철회 ▲파업책임 면탈 ▲쟁의기간 임금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같은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커 2년 동안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노사의 이같은 힘겨루기에는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경제계 사용자들도 개입했다. 민주노총은 효성의 사태를 국내 화섬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절대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고 효성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태광산업, 고합울산공장노조는 물론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 단위노조와 연대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화섬업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는 앞으로의 구조조정과 임단협 등을 앞두고 있어 효성노조의 불법적인 행동을 엄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에서 사측에는 '양보하지 말라'고, 정부에는 '공권력을 투입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결국 효성노사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복지향상 등을 위한 협상다운 협상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채 감정적으로만 대립하다 외부의 입김을 받게됐고 공권력 투입을 자초했다. 노조는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임.단협 보다 설비교체 등을 반대해 파업에 들어갔으며 파업 후에는 스스로 '불법'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책임 면탈 등을 요구하는데 급급했다. 회사도 강성인 노조 집행부를 협상 상대자로 보지 않고 고소, 구속시키는 바람에 일을 키웠으며 파업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수 차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약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회사와 근로자들을 위한 협상은 제쳐놓고 선명성을 부각시키려 했던 노조와 이참에 구조조정까지 해야겠다고 내심 벼른 회사의 안일한 자세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기자 sjb@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