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증권회사의 총무를 담당하는 K(39)씨.

그는 외국인 회사에서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친구 A씨가 부럽다.

그는 한국 기업의 총무과장이라면 늘 겪는 잡일에 하루하루를 시달린다.

민원이 있건 없건 때때로 만나야 하는 여러 기관 공무원에서부터 각종 단체와 시민단체 지역신문사 광고직원로부터 들어오는 셀수 없이 많은 갖가지 "협조 요청"과 씨름한다.

이른바 한국식 "준조세"에서 해방돼 있는 외국 기업의 얘기를 들을 때면 "역차별"을 실감한다고 털어놓는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최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외국기업과 한국기업간 역차별이 있었던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일선 세무서 직원들도 "외국계 기업은 외교문제 등을 의식해서 함부로 조사를 안하는게 현실"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기업들이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명분으로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을 설정한 것은 대표적인 역차별사례라면서 이의 해지를 정부측에 건의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면 소속회사들은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및 신규채무보증금지 총액출자한도의 제한 등 갖가지 규제를 받게 된다.

물론 외국인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에 따라 인수능력이 있는 대기업들도 다른 기업들의 인수를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신종익 전경련 규제조사본부장은 "대기업집단의 설정은 한국시장이 개방되지 않았을 당시 국내 기업들의 영역확대를 막기위해 만든 제도"라면서 "글로벌 시대에 이 제도를 존속시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꼴만 초래한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역차별도 토종기업들의 불만대상이다.

금융기관의 지분소유가 외국인은 무한대로 가능하다.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가 갖는 지분은 50.9%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4%이상 금융지분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외국인들은 신용만으로 국내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해 건물을 매입하거나 M&A 자금을 활용하는 데 비해 국내 관련 기관들은 대출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고가의 부동산이나 빌딩을 매입하는 경우 외국인은 겨우 30% 정도만 투입하고 나머지 투자 자금은 대부분 국내 금융기관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아예 은행창구에서 외면당하고 있어 이같은 차입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재경부가 최근 외국은행의 자본금을 늘리는 방안 등도 역차별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역차별은 과도기적이고 시간이 지나면 국내기업도 혜택을 받게될 것이므로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와 관련, 조명현 교수(고려대)는 "역차별적인 요소를 주장하는 것은 제도보다도 인식에 차이가 많은 것 같다"면서 "외자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기보다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